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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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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다희
댓글 0건 조회 1,557회 작성일 25-02-2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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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글캠 서평집 

- 혼자서는 안 읽었을 책들 -

  

어느덧 연구실에 들어와 이렇게 Culture column에 글을 올리게 된 지 1년의 시간이 흘러 12편 째가 되었다. 연구실에 들어오기 전, 처음 교수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평소에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좋아한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서점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만날 때면, 함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두 달에 한 권 정도는 읽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독서를 좋아하고, 잘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연구실에 있는 일 년 동안 매달 느낀 점은, 부끄럽게도 과거의 내 책 읽기는 독서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그저 종이에 적힌 활자를 눈으로 훑어 내려가는 행위로 책을 읽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다 읽고 나면 ‘재밌었다’ 이러고 덮어버리거나, 혹은 ‘그렇구나’ 정도의 정보 인식만 하는 수준의 시간 때우기 용 활동. 제대로 된 독서를 하지 않았었다는 건 책을 다 읽은 후 글을 써야 할 때가 되어서야 여실히 드러났다. 분명 재미있게 읽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깨달음을 얻기도, 어떤 부분에서는 깊은 여운이 남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써야 할 때면, 무엇을 써야 할지, 나는 왜 책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던 건지 되짚어보기가 어려웠다. 괜히 책에 적힌 한 문장에 의미 부여를 해보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게 뭐였을지 고민해보기도 하고, 글 한 자 적기 어려운 건 내 어휘력의 한계일까 이해력의 한계일까 둘 다 문제일까 혹은 더 많은 게 문제일까 반성해보기도 하며 지난 일 년을 보냈다.

 

 이런 내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은, 같은 책을 읽은 타인의 서평들이었다. 원저자의 언어로 책을 읽었을 번역가의 평가, 출판사의 의견과 추천사, 그리고 진짜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서평들. 분명 같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감명을 받은 포인트들은 나를 포함하여 대체로 다들 비슷했다. 그렇지만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어떤 이는 함축된 단어로 짧고 강렬하게 표현했고, 어떤 이는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생생한 감상을 풀어내기도, 또 어떤 이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깊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눈으로 글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하고, 그걸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들. 다양한 독자들의 서평 덕분에 책을 읽은 후 정리하지 못했던 내 생각과 감정들을 다시 한번 다듬고 고민해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평들만 모아놓은 책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선정된 글들이라 그런지 책에 대한 감상글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한 편의 시 같았다. 책에 대한 감상을 읽고 다시 감상을 하게 되는 글들. 이들을 하나씩 읽어가다 보니, 똑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그 감상을 쓰기도 어려운 나와, 한 문장의 표현만으로도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의 차이가 느껴졌다.

책과 저자, 그리고 자신들이 쓴 서평이라는 또 다른 글의 독자에 대한 애정과 배려였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의미를 깊게 들여다보려는 태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왜 이렇게 쓰였을까?’ 한 번 더 고민해 본 흔적들.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감상을 내비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을 누군가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같은 책을 읽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 해 둔 사려 깊은 문장들.


그동안 나는 멋진 감상평을 쓴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나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일까를 떠올릴 때 내 표현력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좋은 후기라고 생각한 글들은 대부분 작성자 자신들만의 문체로 유려하게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글’이라는 겉에 쌓인 껍데기만 보고 느낀 단순한 생각이었다.

타인의 글을 읽고 자신만의 언어로 잘 표현하기 위해선 결국,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우선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과, 나의 글을 읽을 상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제대로 된 독서가 어렵다. 다만, 이렇듯 매 달 조금씩의 깨달음과 깊이가 생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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