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어른들의 행복은 조용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동욱
댓글 0건 조회 1,638회 작성일 24-12-09 08:15

본문

 얼마 전까지 노란 빛의 향연이였던 거리가 어느 샌가 앙상해졌고, 출근 길에 챙겨 입는 옷도 점차 무거워지고 있다. 매년 바람이 매서워질 때면, 같이 고궁을 산책하고 종로 거리를 함께 쏘다니던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반갑게 연락이 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친구와 광장 시장에서 육회탕탕이를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다가 얼큰하게 취할 때쯤, 술이 깰 때까지 청계천을 따라 무작정 걸었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 함께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 여자친구 얘기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는데, 그 친구와 나는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는 관계다. 그 친구에게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까지 갈 자신이 없다고 말하니, 친구가 고맙게도 바로 다음 날 대전까지 먼 걸음을 해주었다.

 늘 그랬듯, 우린 무작정 걸었다. 카이스트를 돌아 유성온천으로 가서 따뜻한 탕에 몸을 담구었는데, 우연히 행복을 주제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한 순간들을 반추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곧바로 얼마 전 읽은 책이 떠올랐다. “어른들의 행복은 조용하다” 라는 책이었는데, 이 책이 행복에 대한 내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난 행복하려면 그에 응당한 큰 성과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투자를 통한 큰 수익, 학문적 실적 등과 같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난 지금까지 그닥 행복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성과가 난다고 해도, 그 기쁨은 채 반나절을 가질 못했으니 말이다. 남들과의 끝없는 비교. 그리고 이를 동기부여 삼아 쉼없이 지쳐온 삶이 나를 더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안을 갉아먹었다.

 

“우린 너무 많은 것에 질투를 느끼며 산다. 방금까지 맛있게 먹고 있던 떡볶이도 해외여행을 간 지인 사진 한 장에 비루해진다. 한때는 그것조차 장작으로 삼아 나를 더 불태웠지만 솔직히 이젠 정말 꺼지기 일보 직전이다”

 

 참 와닿는 말이다. 불행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행복하냐는 질문에서는 한동안 머뭇거린다. 행복의 가치가 돈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많아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구구절절 이유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잡한게 행복일까.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이며 자랑하는게 행복일까 깊게 생각해볼 일이다.


"우린 너무 쓸데없이 불행하고 너무 복잡하게 행복하다"


결국 행복은 거창한 성과나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순간 속에서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고등학교 친구와의 도란도란한 대화,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며 느낀 평화로움, 그 모든 순간이 사실 진짜 행복이 아니었을까. "어른들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말처럼, 행복은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히 피어오르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멈추어 보고, 돌아보고, 나만의 행복을 정의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글을 마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