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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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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동욱
댓글 0건 조회 1,444회 작성일 25-01-0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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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추우니 밖을 돌아다니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까운 독립서점을 찾아 책들을 뒤적이곤 한다. 서점 안을 들어오기 전만해도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에 기가 눌러있던 나는, 서점 안으로 들어와서는 이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따듯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한다. 서점 안의 사람들은 책장에 머리를 파묻고 저마다의 세계에 몰두한다. 나 또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내 세계를 그리며 때로는 실없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사색을 하기도 한다. 독립서점에는 일반 서점과는 다르게 대중적이지 않은 책들이 많이 있다. 본인의 여행기를 사진첩으로 남긴 책, 유명하지 않은 시집 등 일반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책들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함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고민해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에,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는 것 또한 내 삶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다섯지혜 작가의 쉬어가는 페이지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오늘만큼은 책 읽는 시간을 지식을 습득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평소 가지고 있었던 생각, 작가의 경험을 담은 수필이다. 쉬어가는 페이지라는 제목에 걸맞게 가벼운 주제를 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문득 발견한 보석 상자 속 선물 같은 상점이 좋다. 잃은 듯 걷던 길에서 마주한 여유로운 우연이 좋다. 가던 곳만 가고 모르는 데가 많다. 모르는 곳이 많아서 아깝거나 아쉽지 않다. 그냥 내가 좋은 곳에 자주 간다. 그걸로 충분하다.”

p. 98 두리번 中

 

 평소 놀 때도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왠지 모를 짜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최근 가까운 친구 A 와 얘기하다가 그 친구 말해주는 내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가 느끼기를 내가 원래 계획에 없었던 일이 일어나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나 스스로는 이를 자각하지 못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인 것 같다. 쉬는 것도 계획적으로 쉬는 건 내 자신에게 너무나 가혹한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잃은 듯 걷던 길에서 마주한 우연 또한 내 삶의 기쁨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그냥 지나쳐 버리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요즘은 일부러라도 우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길이 아닌 낯선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본다거나, 처음 들어보는 카페에 들어가 보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중고 서적을 집어 들고 그 책 속에 적힌 메모를 발견하는 순간, 혹은 들르지 않던 시장 한쪽에서 뜻밖의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그런 작은 우연들이 내 일상에 예상치 못한 활력을 더해줄 것 같다. 그저 익숙하고 안전한 선택만 하다 보면 내 삶은 조금씩 단조로워질 것이다. 내가 잘 아는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세상은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그런 경험들을 통해 다시금 배우고 싶다. 우연히 만난 소소한 순간들이 내 삶의 여백을 채워주는 그림 같은 풍경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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