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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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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호석
댓글 0건 조회 1,523회 작성일 25-01-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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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황혼의 빛은 부자의 집 창문뿐 아니라, 가난한 집 창문도 밝게 비춘다.

또한 초봄에는 가난한 자들의 집 앞의 눈도 녹는다.

그대가 평온한 마음을 가지기만 한다면, 거기서도 궁전에서처럼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월든 中-

 

‘월든’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시에 위치한 한 호수의 이름이다.

이 작품은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그곳에서 손수 오두막을 집고 살며 자급자족하는, 그의 2년 3개월간의 삶을 기록한다.

 

이웃 사람들 모두가 하나 같이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노동에 전념하고 있을 때, 작가 소로는 자신이 지은 통나무 집 창 밖으로 때로는 겨울 눈보라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때로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새소리만 들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숲속에서의 경제학

그는 스스로의 집을 짓고, 감자와 호두, 순무와 완두콩을 직접 경작해 먹었다.

돈이 필요할 때면 막노동과 목수 일을 하였다.

그는 1년에 6주 가량만 일을 하면 모든 생계비를 충당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나머지의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주목적은 무엇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진실로 필요한 수단과 방편이 무엇인가 하고 교리문답식으로 생각해볼 때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현재의 통상적인 생활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제 와서 그들은 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특하고 건전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은 오늘도 훤히 솟구쳐 오른 태양을 잊지 않는다.

 

소로의 자연 속에서의 삶은 오늘날 방영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 속 자연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 방송은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중에서도 변함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순위에서도 꾸준히 순위권에 올랐다. 특히 중장노년 시청층의 지지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이처럼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우선,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에 눈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산에 움막 같은 집을 짓고 수렵·채집 등을 통해 최대한 자급자족을 하는 자연인 생활과 자연에서 얻은 흔치 않은 재료로 소박하게 요리하는 과정.

스트레스에 지쳐 가는 도시인들은 이 방송 속 자연인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때로 꿈꾸는, 가진 것은 없어도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보헤미안의 삶을 관망할 수 있다.

 

긴 세월을 거쳐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성공의 앞면과 실패의 뒷면을 겪고, 인간이라는 이름의 양지와 그늘을 본 중장노년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더 사랑받는다.

인간과 세상을 입체적으로 볼수록, 더 단순해지기를 원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에게 이곳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막상 가긴 힘든 곳이다.

소로의 말처럼 그들은, 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삶, 그리고 나의 삶

대개 사람이 바쁜 원인은 명확하다.

일, 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러면서 우리가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이 일이고, 일의 성공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는 확인에서 ‘성공’을 향해 부단히 질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 칭찬하는 삶은 그저 삶을 살아가는 한 방식에 불과하다.

그 길을 제외한 다른 모든 방식의 삶을 우습게 여기며, 단지 조금 더 얻은 하나의 삶만을 과대평가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사람은 모두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쏟아붓는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소로의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가질수록, 상대와 비교하면서 더 불행하다고 여기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일탈이나 객기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보는 ‘그’의 모습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치열한 경쟁과 불필요한 소비가 가득한 도시 속 사람들은 드넓은 하늘 아래 한적하고 울창한 숲과 어울려 사는 ‘그’의 삶에서도 인생의 충만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떠날 수 없다면 다시금 이 책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

잠시나마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 자유롭지 못하게 살고 있다.

사회는 나를 구속하지만 자연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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