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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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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대현
댓글 0건 조회 1,700회 작성일 24-11-17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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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정대건 지음-


'도담은 한 소년과 자꾸만 눈이 마주쳤다.'

'해솔도 도담을 따라 물속에 들어갔다.'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둘은 물속에서 잠시 손깍지를 꼈다.'


주인공인 도담과 해솔은 어린 시절을 함께 해온 남녀 아이라서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진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아내가 있는 도담의 아버지와 배우자를 잃은 해솔의 어머니는 가까워진 상태다. 이 사실을 몰랐던 도담과 해솔은 각자 부모님이 바람이 난 것 같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 찾아 나선다.


'불안한 예감은 결국 현실로 닥쳐왔다.'

'두 남녀의 시신은 엉켜있어 끌어안고 있는 듯 보였고 사체를 뜯어먹는 다슬기가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도담의 아버지를 뒤쫓던 두 아이는 물놀이를 같이 즐기던 여인이 해솔의 어머니임을 깨닫고, 해솔의 어머니는 두 아이를 보자 너무 놀라 물에 빠진다. 도담의 아버지는 두 아이가 보는 앞에서 구하려 했으나 급류였기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그들이 생명을 잃었다. 그렇게 도담은 아빠를 잃고, 해솔은 고아가 되었다. 둘도 없이 가까워진 사이에서 이젠 결코 마주하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관계가 되었다.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해솔은 서울로 떠나고 둘은 서로가 급류에 떠내려간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며 기억에서 지우고자 했다. 서툴고 상처가 많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며 사랑을 유영하고 헤엄쳐 나오는 것까지의 과정을 배우는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사랑' 만큼 흔하지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주제가 또 있을까. 인간은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하는 존재인 만큼, 우리는 그 사랑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울고 웃는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삶에 가장 거대한 물음표를 남기고 떠난다면, 우리는 물음표의 무게를 지닌 채 살아간다. 어떤 이는 회피로, 어떤 이는 강박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상처를 머금는다.

해솔과 도담은 성인이 되며 재회하고 급류에서 벗어나려 허우적거렸지만 서로를 더 가라앉게 하였다. 처음엔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는 점점 서로를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존재로 변질시켰다. 다시 절망하고 이별을 맞이한다.

삼키지 못하고 머금기만 한 상처는 우리를 조금씩 갉아먹으며 사랑을 방해한다. 시간이 지나며 그 상처를 삼켰구나 싶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금 벌어지며 아파오는 상처는 우리를 다시 과거에 가두는 것 같다. 아무도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에 희석되며 희미해질 뿐이다.

똑같은 상황이 나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며 자기혐오에 빠지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 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소설의 첫 부분에서 해솔과 도담이 나눈 이야기에 답이 있었다. 해솔과 도담은 해양장을 치른 도담의 아버지를 추모하러 찾아가고, 사고 이후 물에 들어가지 않던 두 사람은 바다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 구명환을 들고 바다에 뛰어든다. 수없이 급류에 휩쓸리던 그들은 그 상처를 직면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에 도달할 수 있었다.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는 용기, 나를 위해서 그리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를 위해서 우리는 가져야 한다. 애써 마주하기조차 싫은 기억이 있어 용기를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힘든가보다.


'물결을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솔과 도담은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이 책의 표지는 바다 물결로 되어있다. 언뜻 보면 화려한 무늬는 정말 아름답지만 자세히 보면 중심에 소용돌이처럼 급류가 일어나 있다. 급류에서 수영하는 것을 사랑이라는 작자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 젊은 시절 우리는 여러 이성을 만나며 다양한 급류에서 훈련하는 것 같다. 코로 물을 먹고 과호흡도 하고 허우적대며 가혹하게 사랑을 배운다. 나의 배우자와 함께할 태평양에서의 영원한 레이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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