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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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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묵
댓글 0건 조회 1,588회 작성일 24-12-12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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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 나태주 시인의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를 감상하고-


나무들이 점점 날씬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 이제 겨울이 오려나 보다.


 요새 들어 몸이 추워지니, 마음도 얼어 붙는 것 같다. 사고와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랄까. 무언가 차가운 사람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가족을 포함한, 나의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고 살펴보는 것에 대해 인색해지고, 긍정적이기 보단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생각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 대상이 남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내 자신에게도 어김없이 향한다. 이러한 것들은 보통 자책, 후회 따위의 것들이다. 어떻게 마음을 녹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나태주 시인의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에서 찾아보았다. 나태주 시인은 보통 일상 속에서의 사랑, 행복과 같은 주제로 시와 산문을 쓰신다. 이들은 친숙한 주제이기 때문에, 보다 열린 마음으로 시를 받아들이며 내 마음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또 나의 고향인 충남 공주시에서 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계셔서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학창 시절에 여느 학생들이 그렇듯, 나 역시 많은 문학 작품을 접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시험을 위한 목적에 그쳤었다.

 나에게 ‘시’는 소설과 달리, 굉장히 함축적이었다. 직관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과 시험을 위한 목적 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 시는 나에게 그저 ‘어렵게 쓴 짧은 글’ 로 치부되곤 했다. 그렇다보니 시를 읽는 행위 자체는 항상 무겁게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험을 위한 목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있는 그대로 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함축적이고 축약적인 것이 있으면 어떠한가?' 이렇게 그저 느껴지는 그대로 시를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하며, 굉장히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시집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 이편과 저편 -

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이편에서

세상을 구경하면서 살 때가 있고

세상 그것이 되어 살 때가 있다.

세상을 구경하며 살 때는

건너다 보는 세상이 부럽고

세상이 되어 살 때는

세상을 구경하며 살 때가 그립다

그러나 두 가지 세상 모두가

아름다운 것이고 좋은 것이란 것을

우리는 잠시 잊고 살 뿐이다.


 우리가 겪는 세상은, 그 자체로 고유하다.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이다. 그렇기에 그리울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좋은 것일테지만,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시인은 간결한 문체로 이를 전달한다


- 식탁 앞 -

물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물고기를 먹어 치운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물고기 지느러미가 되고 아가미가 되어

강물을 느끼고 바다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는

우리도 물고기가 되어보고 강물이 되어보고

바다가 되어본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 마리 물고기로

살아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 중략 )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결코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먹는 그 무엇과

하나가 되는 일이고 협동하는 일이다

거룩한 일이고 성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늘 우리에게

희망 같은 것은 없다.


 나태주 시인은 소박한 일상에 집중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존재들,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에 대해 집중하며 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세상은 다양하기 그지 없으며, 사람마다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이 다르다. 자고 일어날 때, 심지어 눈을 잠시 감았다 뜰 때마다 매 순간 세상은 실시간으로 갱신 된다. 이러한 다양함 속에서 시인은 모든 세상이 소중한 것이며, 물고기 하나를 먹는 것은 단순히 먹어치우는 것이 아닌 물고기의 세상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어 준다고 말한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현재의 나는, 타인과 내 자신을 비교하고 나의 나약함과 부족함, 힘듦 따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내면과 외부 세상에 대해 벽을 세워갔던 것 같다. 

 시집을 읽은 후, 잠시 눈과 귀를 닫고 현재 내가 어떤 상태인지 대해 떠올린다. 그리고 따듯한 여름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차가울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다짐한다. 앞으로는 시인의 말처럼, 여러 종류의 물고기로 살며 헤엄칠 수 있도록 반드시 노력해야겠다.


 비록 날씨가 추워졌지만 나를 비롯한 모두가 따듯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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