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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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스페인의 황금기에 탄생한 《돈키호테》는 기사도 문학의 풍자로 시작되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인간의 이상과 현실을 깊이 탐구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당시 팽배하던 ‘기사도 문학’—현대에 이르러 마치 무협 소설과 같은—에 대해 주인공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행동을 시종 산초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고전은 일독했을 때 기사도 문학 자체를 비판한다고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작가의 모호한 재치와 사회를 향한 풍자에 대한 냉철한 해석이 담겨 있다.
17세기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놀랄 정도로 현대 문학과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현대 고전의 아버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7세기 초, 약 400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내부 관계의 상호 비판성, 사회에 대한 비평과 풍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우리가 처한 환경, 경제, 정치가 시국에 치닫는 과정에서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하며 방향성을 논의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인 돈키호테의 시대적 배경은 16세기 라만차 지방으로, 이는 하나의 지방이 아니라 마치 태백산맥처럼 하나의 지대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이 지방은 작가가 거주하고 있던 16세기 말, 스페인 내 이교도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벌어진 운동, 레콩키스타 시절 적과 대치하던 최전방 국경 지대였다. 이때, 군사 기술이 뛰어나게 발전한 시기로, 소위 중세시대 최정예 병력으로 평가받던 기사단은 더 이상 엘리트 무장 집단이 아닌 단순한 귀족들의 친목 집단으로 변했으며, 판금 갑옷과 장병기로 대표되는 그들의 무장은 이제 구식 병기였고, 시대에 뒤쳐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인들은 이미 사라져 가는 그들에 대해 향수를 느끼며, 이를 대표하는 기사 문학이 큰 유행을 끌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기사 주인공이 풍차를 향해 돌격하는 이야기는 풍자와 비평의 해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명대사 아닌 대사가 없지만, 가장 유명한 대사를 떠올려본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면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소?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진 것이 미친 짓이오.”
돈키호테는 작중에서 자주 광인 또는 미친놈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이러한 구절이 외부 화자의 시선에서 표현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은 이성적 행위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결국 모두의 공공의 선이라는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음을 여러 역사적 사실로 증명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우리는 항상 빠르고 가장 쉬운 길만을 고르려 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러한 일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에서 촉발될 때, 이는 집단적 광기로 표현된다. 우리는 이성과 진실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의무가 있다. 이러한 테두리 밖의 주장을 음모라고 한다. 사회 어젠다로 하나의 음모가 등장할 때,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저 사실들이 필요하며, 이를 해쳐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음모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지도자의 잘못된 신념은 결국 사회에 큰 비용을 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에 의해 직무가 정지되었다. 그는 탄핵 이후 담화문에서 반국가 세력, 종북 세력에 맞서 싸워 왔으며,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이 몸을 바쳐 희생해왔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보며 문득 라만차의 외롭고 미쳐 있던 한 기사가 떠오른다. 그는 거대한 괴물을 물리친다며 판금 갑옷과 장창으로 돌격했지만, 남들이 보기엔 풍차에 몸을 가져다 박는 미친 사람이었을 뿐이다. 결국, 돈키호테는 작중에서 마지막,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다.
아마 그도 차디찬 감방 안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마지막에야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겠지.
그때 그는 자신이 십자군의 리차드가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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