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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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마치 흘러 내려오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인 듯하다. 입학하던 20년 첫해, 연구실이라는 새로운 장소 그리고 구성원들로 모든 것이 생경한 당시, 매일매일이 정신 없었지만 하루하루가 선명히 기억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을 해서였을까, 그 당시의 시간은 완만히 흘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다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새로운 관심 분야와 여전히 이색한 문제를 계속해서 맞닥뜨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입학을 하던 그 때와 지금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체감되는 시간의 흐름은 상당히 거세졌음을 느낀다.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과 달리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주변은 조용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2~3주 전 이였을까? 경험해보지 못한 측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연구실 앞의 천변에 가지런히 나열된 푸른 이파리들은 너무나도 생기 넘쳤기에 이번 가을은 멀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반복된 시행착오를 하던 와중 같은 길로 출근하며 문뜩 마주한 오늘의 천변은 나도 모르는 사이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가을은 깊어져 가고 있었고, 파릇하던 나뭇잎들은 샛노랗게 물들어 낙화할 준비를 마쳤다. 항상 거닐던 거리에서 목도한 변화속이서 ‘아,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서.
미처 느끼지 못한채 놓친 시간의 흐름은 어느새 내 나이의 숫자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 해를 거듭하며 피부에 와닿는 시간의 흐름은 강을 따라 상류로 걸어 올라갈 점점 거세지는 유속처럼 빨라졌다. 경이로운 이 사실은 나를 멈춰 세워 되돌아보게 했다. 우연이였을까? 다행히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가기 전에, 그리고 이전과 달라진 점 없이 그저 인생을 무념무상 등반하기 전에, 나는 스쳐가는 이 시간 속에서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가를 되물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남기는 흔적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간의 물결에서 나라는 그물에 건져진 것들은 나의 그물 무늬에 맞게 담겨질 것이기에, 어떤 형태의 그물을 가지고 상류로 나아가는지는 덧없이 중요하다. 너무 섬세하고 촘촘한 그물은 더욱 빨라진 유속을 견디지 못해 찢어질 것이고 지나치게 느슨한 그물은 그 무엇도 남지 않은 공허함에 다다를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동일한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격언처럼, 지금 남기지 못한 흔적을 다시 건질 수 있는 기회는 없다. 그렇다. 올라가는데 급급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그물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내 발목을 스쳐 지나간 강물은 다시 마주할 수 없으며 어떤 그물을 가지고 강의 상류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끝에 다다라 남겨진 흔적의 조각들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삶이란 나에게 맞는 무늬의 그물을 가지고 붙잡을 수 없이 흘러 내려가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하나하나 의미 있는 흔적을 쌓는 일련의 순간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강물의 유속이 어찌 한들, 그 안에서 발견한 작은 보석 같은 순간들이 결국 모여 내 삶의 방향과 목적을 이뤄가는 재료가 될 것이며, 때론 나아갈수록 빨라지는 시간 속에서 나의 그물 위에 건져진 나를 닮은 조약돌을 들여다보며 잠시 숨을 돌리고 그물을 수선하기도 하면서 삶의 순간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과정. 그렇게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를 닮은 아름다운 흔적들이 묵직하게 쌓임으로써 남겨질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것이야말로,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나는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도 삶은 똑같이 귀한 것이다.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이다.
자기 힘으로 삶을 꾸려가야 존엄과 품위를 지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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