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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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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훈
댓글 0건 조회 1,569회 작성일 24-11-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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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 

- 허진호의 '보통의 가족' 을 보고 -




 허진호 감독의 영화 '보통의 가족'의 주인공인 재완과 재규는 서로 형제 관계이며 형인 재완은 부유한 변호사이고 동생인 재규는 한 병원의 의사로 일하고 있다. 가족끼리 적당히 지내고, 또 적당히 문제가 있는 한국의 어디엔가는 있을 법한 두 가족에게는 각각 딸과 아들이 있다. 이 영화는, 평범한 듯이 보이는 두 가정의 딸과 아들인 혜윤과 시호가 일으킨 살인 사건과 그를 대하는 재완과 재규 집안의 얽히고 섥힌 갈등에 대해 다루면서, 관객들이게 과연 당신의 주변 사람이 범죄를 일으켰을 때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는 물음을 던지는 사회 고발적인 영화이다.


 다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높지 않다고 생각된다. 먼저, 각 집안 자녀들의 범죄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 두 가족의 딸과 아들인 혜윤과 시호는 작중 어딘가 비뚤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극 중 재완과 재규는 각각 변호사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가정 환경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하고, 부모님 몰래 문제아들의 파티에 참가했다가 노숙자를 폭행해 살인했다는 줄거리에서 작위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그리고 주인공인 재완은 처음에는 자신의 딸의 남은 인생을 위해 범죄를 숨기자는 의견을 냈다가 전혀 범죄를 뉘우치지 않는 자녀의 모습을 보고 결국엔 자수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데, 비록 돈을 위해 유죄가 명백한 사람의 변호도 맡아온 그지만 최소한 양심을 잃지는 않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행동은 납득이 가는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초반부에 가족보다 대의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여준 의사 재규는 정의와 자녀의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극중 말미에 돌변하여 자식들의 범죄를 경찰에 알리려는 형 재완을 차로 치어버린다. 초반부는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소년 범죄와 가족들의 갈등을 잘 풀어서 보여주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는 흔한 한국의 막장 영화로 끝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던 느낌이 든다.


 하지만 비록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낮긴 했어도, 이 영화 '보통의 가족' 은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며 의식의 저편으로 몰아넣고 잊으려고 애쓰는 문제점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려서 관객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늙은 어머니의 부양 문제, 촉법 소년으로 대두되는 소년 범죄의 문제, 유구한 전통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리고 작품의 핵심 주제인 가족과 정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물음까지. 우리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문제들을 여러가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속이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잊고 있던 사회 문제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이 점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나라면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아직 자식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자녀의 범죄 사실을 경찰에 알리려는 재완과 어떻게 해서든지 그런 형을 막으려는 재규의 행동 모두 이해가 된다.(물론 차로 치어버리는 행동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현실에서는 자식의 범죄를 숨기려는 부모가 더 많은 편인 것 같다. 사회 유력가 2세의 범죄와 그것을 숨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미디어에서는 이미 흔한 일상이고 연례 행사이다. 비단 그들이 아니더라도, 흔한 가정에서, 보통의 가족에서 자녀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을 했을때 최대한 죄를 축소시키고 감추려고 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가재는 게 편이다 라는 말이 괜히 생긴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초에 자녀에게 많은 관심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하다 보면 자녀에게 쏟는 관심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일은 없는지, 최근 어떻게 생활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이 영화에서 처럼 자녀들이 엇나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범죄에 자의로 가담하게 된다면, 부모인 나의 책임이 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범죄를 덮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내가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 피해자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일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아서 추천할 만하다는 느낌이 썩 들진 않지만,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들, 해결되지 않고 썩어 들어가는 부분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 '보통의 가족', 한번쯤은 볼 법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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