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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을 잊다 잠시 쉬려 기댄 곳이, 서른의 문턱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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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1,682회 작성일 24-12-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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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춤을 잊다 잠시 쉬려 기댄 곳이, 서른의 문턱이더라 ”

- 김롲벋 著, 「서른의 공백기」 를 읽고 -


 오랜만에 군 복무 시절 단 1개월 후임이라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함께했던 동생을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2017년 7월이었는데, 어느덧 7년이 넘게 흘러있었다.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군 복무 시절 이야기가 나오며 잊었던 이름들 혹은 그립기까지 한 얼굴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왜곡된 기억인지 소중한 추억인지 모를 시간 사이를 오갔다. 찬 바람이 부는 바깥, 캐럴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이제는 경찰이 되어 앉아 있는 동생, 그리고 그 앞에 놓인 12월의 나. 한 시간도 되지 않던 짧은 대화 속에 나의 7년은 그 안에 담아도 남을 만큼 작게만 느껴졌다. 한 달 뒤에는 서른을 맞이할 나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결국은 다가오는 것에 대한 경외감마저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열아홉의 나는 성인이 되고 대학만 가면 그 순간이 하나의 끝이자 영원할 것 같았다. 아직 어린 학생에게는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이 전부였으니까. 그렇게 스물이라는 나이를 지나고부터는, 사실 매일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눈앞에 놓인 대학 생활만 해결하듯 지내왔던 것 같다. 그렇게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 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3년을 채운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멈춤이 없었다. 단순히 몸이 쉬는 멈춤이 아닌, 나 자신의 시간이 잠시 쉬어가는 멈춤이. 그러다 요즘은 힘이 들어서 인지 그냥 날씨가 추워서인지 쉼 없이 달리던 생각을 잠깐 멈춰 볼까 하며 기댄 무언가가, 한 발짝만 다가서면 넘어버릴 서른이라는 새로운 문턱이라는 걸 깨달아 버렸다.

 

 얼마 전에는 ‘디지털 디톡스’라는 신조어를 들었다. 이제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전자기기의 사용을 일정 시간 동안 중단하고, 온전히 나로서의 생각과 직접 마주하고 있는 순간과 공간을 만끽하며 그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들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는 행위이다. 요즘엔 정다운 대화나 종이 냄새 가득한 책, 그리고 정성스레 써낸 일기장 대신 딱딱한 말투의 메신저와 0과 1이 만든 저장 매체, 그리고 감정 잃은 눈이 비친 스마트폰 안에 우리의 인생이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시간도 온전히 내가 느끼는 흐름이 아니라 전자기기를 비롯한 다른 무언가에 의해 흘러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의 삶을 수동적이고 가식적으로 만들며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리도록 만든 무언가를 잠시라도 멈춰 봐야 하지 않을까. 그 멈추지 않는 무언가 때문에 온전한 삶의 흐름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길지도, 그렇다고 너무 짧지도 않게 무엇을 멈춰야 할까.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던 일만 할 수는 없다. 다른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생각만 하기엔 나를 위한 생각이 부족하다. 나의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이의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 멈추지 못하면 조금이라도 천천히 가야 할까. 그저 생각뿐인 생각에 또 같은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 서른의 문턱을 넘어 지금의 나를 잊고 또 숨 가쁘게 달려갈지도 모른다. 오늘도 봐, 어쩔 줄 모르는 생각에 벌써 12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내가 그저 할 수 있는 건, 스스로가 잠시 쉬어 간 거라고 위로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시간을 좀 더 아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멈춤이 아니라.

 

 유독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다. 스친 일이 많으면 으레 시간도 빠르게 흐르기 마련인데, 의아하게도 속도가 더뎠다. 벌어진 일과 이르는 시간 사이에 여러 생각이 자리 잡은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략) 바라건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많은 일과 더딘 시간을 맞이하면 좋겠다. 벌어질 일과 이를 시간 사이에서 쌓일 여러 생각이 거듭 나를 움직여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다시 없을 한 해를 떠나보내며, 정신없이 길었던 생각을 마친다. - 김롲벋 ‘한 해를 보내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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