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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철학자들 사이에서 전차(Trolley) 딜레마라고 불리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전차 한 대가 통제를 벗어나 선로를 따라 폭주하고 있다. 선로 저편에는 기술자 다섯 명이 수리를 하고 있고, 구경꾼인 나는 그들이 전차에 치여 죽을 것임을 금방 알아차린다. 내 손에는 원격 조종이 가능한 스위치가 있는데, 그 스위치를 조작하면 전차가 다른 선로로 옮겨가게 되고, 그곳에서는 기술자 한 명만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의 예상과 같이 나도 그렇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섯이 죽는 것 보다는 한 명이 죽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스위치를 조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 최선의 판단을 했을 뿐이고 스스로를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하며 조금 전 비극적인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빨리 잊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이 딜레마를 조금 더 비틀어서 다른 문제를 낸다.
전차가 선로를 폭주하고 있고, 기술자 다섯 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내가 선로 위를 지나가는 육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침 내 옆에 육교를 건너던 몸집이 큰 남자를 내가 만약 밀어서 아래로 떨어뜨린다면, 그 커다란 몸집 덕분에 충분히 기차가 멈출 수 있고 기술자 다섯 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를 밀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앞서 스위치를 누르던 상황과 달리 모순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무고한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 한다는 상황 자체를 더 불편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결과적으로 한 명이 죽는 것은 똑같은데도 말이다. 사람들이 이 트롤리 문제를 생각할 때 뇌를 촬영해보면, 멀리서 손을 대지 않고 단순히 스위치를 누를 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측면 영역이 활성화되고, 누군가를 직접 밀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더욱 활성화된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고찰해본다. 일반적인 조직 체계에서 높은 직급이나 위치에 있는 사람은 하급자에게 어떠한 행동이나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스위치를 손에 쥐여주어야 하고, 그럴수록 상급자는 대의를 위해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급자는 위에서 내려오는 신호를 받자마자 주저하지 말고 남자를 과감히 밀어서 떨어뜨려 죽여야 한다. 본인 손에 반드시 피를 묻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윤리적인 가치 판단을 떠나서, 내 생각에는 위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들이 겉으로는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정말 위의 방식대로 굴러가는 조직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상급자에 대한 신뢰다. 하급자는 상급자의 판단이 결국엔 모두가 잘되는 길이며, 그의 생각이 옳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일이 잘못되면 부하 탓으로 돌려서 툭하면 꼬리 자르기를 시전하거나, 본인이 한 말을 본인도 지키지 않는 그런 모순적인 행태를 부하 앞에서 자주 보였을 때, 하급자는 상급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책임감이 없는 그에게 더 이상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하급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모든 영광은 당연히 결정권자에게 돌아가지만, 결국 실무자에 대한 실체적/심리적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저 한 사람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써 본인은 이용 당했고 희생되었다는 좌절감에 그 조직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더 이상 일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발달된 통신 기술, 높아진 교육 수준과 성숙해진 시민 의식으로 인해 요즘은 총칼로 무장한 세력을 앞세운 무력 통제보다 익명성이 보장된 개인에 의해 자행된 외부로부터의 정보 통제, 정보 차단, 교란, 왜곡이 더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쟁 조직이 보낸 스파이가 우리를 와해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그런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원래 우리 조직에 속해 있었던 누군가가 변심하거나 불만, 악의를 품고서 위의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 만일 사실이라면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나는 그저 안타깝고, 유감일 뿐이다. 겉으로는 이상 없어 보일지라도 막상 속을 까보니 텅 비었거나 썩어 문드러져 언제 휙 무너질지 모르는 것들이 많은 세상이다. 혼란한 세상에서 나의 역할과 행동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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