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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바람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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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훈
댓글 0건 조회 1,545회 작성일 24-10-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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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바람 빼기 

-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 을 읽고 -




 소설 이라는 장르의 근본적인 존재 의의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성찰, 문화에 대한 기록과 전달, 그리고 현실의 부조리함에 대한 슬픔과 고통의 토로 등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또 등장인물에 몰입하게 하여 현실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과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가 생겨나고, 지금과 같이 문학적 장르의 핵심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소설의 존재 의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문목하 작가의 소설책 '돌이킬 수 있는' 은, 소설이라는 장르의 존재 의의에 충실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돌이킬 수 있는' 은,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SF 장르의 소설이다. 어느날 서울 주위의 산성(정확한 지명이 나와있진 않지만 남한산성이라고 추측된다)이 있던 자리에 원인모를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하게 되고,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몇백명의 생존자가 그 싱크홀에서 생환하게 되는데 그들은 모두 초능력자가 되어있었다. 해당 소설은 삼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는데 등장하는 집단은 다음과 같다. 초능력자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모두 제거해 버리려는 국정원의 산하 조직 '섹션', 사람들이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은 모두 제거될 것이라 생각하여 스스로 초능력자들을 억제하는 초능력자들의 집단 '비원'.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며 섹션과 비원에게 저항하는 '경선산성'. 소설책 '돌이킬 수 있는' 은 이 세 집단이 본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싸우고 갈등을 일으키며 생기는 사건들과,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숨겨진 진실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일단 해당 책의 장르는 판타지, SF 이다. 판타지와 SF 와 같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류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는 유행하는 형태는 다르지만 먼 과거부터 존재해왔었고, 그만큼 대중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장르가 '문학적 깊이가 있냐?' 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기도 하다(우리가 익히 아는 순수 문학 작품들에 비해서는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시중에서 출판되고 있는 판타지, SF 장르의 작품들이 가치가 없는 종이쪼가리들에 불과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만큼 재미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소설이 지니고 있는 핵심 존재 의의인 '재미' 를 만족시켜주는 장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 '돌이킬 수 있는' 의 감상평도 그렇다. 다 읽고 나서 드는 감상은 딱히 무거운 교훈이 있다거나, 독자의 인식 체계에 영향을 바꿀만한 깊은 성찰이 있거나 한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냥 재밌었다. 비원, 경선산성, 섹션 세 집단이 일으키는 갈등과 얼핏 관계 없어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얽히고 섞여 서서히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들이 독자에게 큰 재미를 주고, 마지막의 여운이 남는 결말은 내 시간을 투자한 가치를 톡톡히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책이라고 항상 무겁거나, 삶을 관통하는 교훈이 있거나, 독자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어야 하는것은 아니지 않는가?? 누군가는 이런 판타지, SF 와 같은 장르문학을 읽는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모두 읽는 독자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책에 담겨진 상상의 세계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을지도 모르고,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을 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꼭 이런 이유를 대지 않아도, '재미' 라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책 소비량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게임, 유튜브, 영화, 드라마 등등 책 이외에도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매체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노력 없이 손쉽게 쾌락과 재미를 주는 이 신 매체들 사이에서 책은 무겁고 진중한 것, 소비하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지루한 것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책만이 줄 수 있는 재미는 분명 있다. 특히 소설책에서 작가가 종이 위에 써 놓은 글로 된 안내서를 통해 독자 나름대로의 새로운 세계를 머릿속에서 창조해 나가는 과정은, 제작자의 의도를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다른 수동적인 매체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독자들에게 제공해 준다. 판타지, SF 등의 장르 문학은 이렇게 매체의 범람으로 인해 책이 주는 재미를 잊은 사람들, 책을 무겁고 지루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 사람들이 책을 읽게 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재밌으니까 말이다!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이 주는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고, 더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에도 손을 뻗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잠깐이나마 책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따라오는 상상력 및 집중력 상승은 부수적인 이득으로 치더라도 말이다.


 한때 책은, 일부 지위가 높은 사람들과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했다. 사람들의 눈이 떠져서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서는 모두가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이유로 책의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릴적 읽는 책의 효과를 강조하며 책을 성공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말하는 이 효과가 오히려 책을 더 딱딱하고 다가가기 힘든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게임, 유튜브 등의 신 매체들이 날뛰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책 또한 교육적이고 진중한 느낌에서 벗어나 재밌고 가벼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책에 가득 들어차 있는 무거운 바람을 뺄 때가 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 과 같은 재밌는 장르 문학 작품들은, 소설의 존재 의의 중 하나인 '재미' 라는 이름의 송곳으로, 책에 가득 찬 바람을 빼내어 사람들에게 책이 한층 더 가볍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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