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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늙은 감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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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1,649회 작성일 24-10-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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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늙은 감정에게 ”

- 와다 히데키 著, 이정환 옮김 「 감정이 늙지 않는 법 」 을 읽고 -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노화를 그대로 둔다면,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는다 해도 이미 손쓸 수 없이 늙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몸은 시간에 따라 노화한다. 그 중 뇌의 노화는 감정을 담당하는 전두엽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인간의 뇌에서 기쁨, 슬픔, 화남과 같은 원초적인 감정은 변연계 라는 부위가 담당하지만 전두엽은 좀 더 섬세한 감정이나 그러한 감정에 바탕을 둔 수준 높은 판단을 담당한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나는 신체의 노화보다 감정의 노화가 더 두렵다. 신체의 노화는, 이르자면 근력의 저하나 대사량의 감소, 뼈의 쇠약이나 장기의 기능 악화와 같은 것들은 적절한 식이요법과 신체 활동 그리고 최후에는 의학적 치료를 통해 막거나 예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감정의 노화는 결국 스스로의 감정 자체가 해결하는 것 말고는 정답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픈 감정이 아픈 감정 자체로 극복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어릴 적 집 앞 나들이만 가도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하며, 바람은 기분 좋고 사람들의 행복을 느꼈던 감정이 지금은 아무리 좋은 곳을 가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이건 순간일 뿐이며 전부 다 허망한 존재라는 냉소적 마음이 드는 것만 보아도 감정의 노화는 내 의지를 외면한체 나도 모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강한 자극을 찾게 되어 있다.

 

흔히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모든 것들에 무던해지는 것으로 점점 평안의 상태로 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꽤나 잘못된 말 같다. 무던해진다는 것은 자극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낮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역치가 올라간 상태로 익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평안의 상태가 아닌, 더 강한 자극을 탐닉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당장 우리 사회를 보아도 점차 다양해지는 자극의 근원에 대해 익숙해짐을 핑계로 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도 요즘은 일상이 지루하다. 물론 내 감정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애써 그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며 스스로 위로하기 바쁜 것도 같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노화된 감정을 붙들고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는 나의 모습에서 오히려 이성의 단단함이 감정의 나약함 마저 지지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즐거운 일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모든 것을 시도해 본다. 그리고, 할 수 없었던 일이 아니라 할 수 있었던 일에 눈길을 돌려라.

 

이 책의 저자는 결국 행동으로써 감정을 치유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이상의 노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말한다. 노화한 감정이 ‘나는 즐거움이 없다’ 라고 말하기 전에, 정말 내가 즐거운 일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일들을 겪어 보았는지를 한 번 더 고민해 보라 한다. 노화한 감정이 ‘결국 내가 할 수 없었던 일이라’ 며 자책하기 전에 할 수 있었던 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애먼 곳에 눈길을 두었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보라 한다. 그래, 맞는 말이다. 결국 감정의 노화는 감정의 나약함에서 시작됨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나약함을 핑계로 촉발된 행동의 부재는 또 다른 감정의 노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요즘 일상이 지루하다. 그러나 그 지루함을 탓하기 전에 과연 내가 지루함을 느낄 만큼 많은 일들을 해 보았는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또,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외면하고 사소한 욕심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에 매달리지 않았는지도 돌아보지 못했다. 충분히 많이 시도해 보았다면, 내 손 안에 있던 일들을 먼저 바라보았다면 지금의 감정 노화는 조금이나마 억제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매번 내가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은 결국 이를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했다. 나중에 결국 찾아올 노화를 받아들이더라도 지금의 기회엔 최선을 다해 후회는 하지 말자고. 적어도 그땐 마음을 곪게 하는 결과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가만히 있다 베인 상처보단, 열심히 달려가다 넘어진 상처가 덜 따가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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