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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푸르고 드높은 하늘과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로 캠퍼스 길이 양 갈래로 노랗게 물들어질 때면 올해도 벌써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며 아쉬움과 쓸쓸함이 밀려온다. 완연한 가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가을도 얼마 안 있어 우리 곁을 곧 떠나가버릴 것을 알기에 고독함이 배로 느껴지는 것 같다. 살랑 부는 바람 따라 마음가짐도 슬며시 흐트러지려고 할 때쯤 나는 다시 한번 니체 선생님의 말씀을 정독하기로 했다.
내가 니체의 철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니체의 철학은 인간군상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인 큰 카테고리 안에 분류해놓고 이론적으로만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어떤 속성을 논할 때 대중적인 일상의 언어로 자세히 풀어 해설하여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끌어올려 큰 공감을 느끼는 것에 이유가 있고, 다른 하나는 부조리와 아이러니로 가득한 인간의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것들을 상기시켜 삶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우는 철학을 펴는 것에 이유가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문구를 그의 저서 ‘즐거운 지식’에서 발췌하여 소개할까 한다.
유능한 사람이나 유명인을 곁에 둠으로써 자신이 보다 돋보이고 주목받게끔 만들려는 음흉한 속내를 지닌 인간이 있다. 그런 인간을 경계하라. 그 전형적인 예가 정치가다. 정치가는 유능해 보이는 사람들,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 지식인이나 유명인을 기꺼이 자신의 주변에 두려고 하며, 무슨 일이든 그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정책을 펼침에 있어 효율적이고 유용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허점, 공허함을 위장하기 위해서다. 결국 자신이 주인공이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을 이용한다.
니체는 사람을 도구로써 잘 다루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과 불이익을 외면하며 무관심하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 약점을 위장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수단’과 ‘도구’로서 ‘활용’한다. 그리고 그 ‘쓸모’를 다하면 그들을 물건 버리듯 ‘폐기’한다. 결국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잔인하고 냉철하지만, 도처에 이런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탓인지 먼 세상 이야기 같지 않게 들린다. 아픈 상처를 직시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니체의 필력에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
처음 듣는 음악의 경우, 우리는 그 익숙하지 않는 것을 꺼리지 않고 일단 마지막까지 듣는 인내와 노력, 관용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친밀함이 생기고 이윽고 그 음악의 매력을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음악이 가진 깊은 아름다움을 발굴해 내고 그것을 사랑하게 되며 그 음악이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 간다. 이것은 비단 음악에 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도 처음의 낯설음에서 출발하여 사랑을 배우는 길을 걸어왔다. 일을 사랑하는 경우에도,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언제까지고 이처럼 배움의 길을 거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는 것은 늘상 두렵고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들도 여러 번 겪다 보면 적응해서 어느새 또 새로운 것을 찾게 된다. 인간은 그렇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어 간다. 니체는 인간이 안정을 추구하고 지금 하는 일이 문득 무료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발전이 멈췄다는 신호로 경각심을 가지고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쌀쌀해진 날씨를 핑계로 움츠러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주저하기 쉬운 요즘, 니체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를 음미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금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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