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언어의 온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1,838회 작성일 24-08-14 03:03

본문

1. “좀 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에 대해 집중하여 들여다보고, 이를 글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은 각별하다. 인생이란 매 순간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풀어내는 연속이라는 점에서, 그 순간의 조각을 글로 남기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짧은 글일지언정 그 글은 우리의 삶을 이루는 조각이며, 그 조각들이 차곡차곡 모여 하나의 모자이크를 결국 완성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어떠한 일을 미분하며 글로 정리하는 시간은 스쳐 지나갈 법한 일상들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사소해 보이는 것으로부터 나를 찾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시간은 마치 발에 치이는 낡은 돌을 가지고 정성스레 연마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보석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심도있는 사유의 시간 속에 도달하게 된 생각의 가지 끝을 타인과 함께 음미하는 것은, 서툴렀거나 놓쳤던 나의 감정들을 상대방을 통해 깨우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정제된 움튼 내 생각의 씨앗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다른 이의 마음속에서 꽃을 피우는 울림, 공감 그리고 여운을 자아내는 글로 나를 대변한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나를 담아내는 도구이며 도구이기에 글을 쓰는 과정을 단련하는 시간은 한층 더 성숙한 나를 마주하게 한다.

 

 

 

2. “우리는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화법을 좋아한다. 상대의 마음을 사기 위한 화려한 기교가 묻어있는 말이 아닌 정제된 문장들로 대화를 음미할 수 있게 만드는 화법을 구사하는 이에게 정이 간다. 어떻게 입 밖으로 마음속의 생각을 옹골차게 말할 수 있는지, 그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심사를 통한 단련했을지 궁금한 날도 있었다. 가끔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그런 사람이 보인다. 진솔한 단어로 그에 대해 궁금증과 호감이 동시에 생기게 만드는 사람. 잘 보이려는 구석 없이 툭툭 말을 내뱉는 것 같아 보이지만 주변 사람들과 잘 맞물려가는 사람. 정보의 교환이 아니라, 생각의 교류를 느낄 수 있는 사람. 말끝마다 적정의 선은 지키지만, 마음의 선은 자꾸 넘어서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사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서로의 음표와 박자를 잃지 않아서 조화로운 교향곡이 완성되는 사람. 과연 나는 그 선율에 맞춰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3.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던 가마 내부의 미미한 온도 변화가 도자기에 미세한 균열을 내거나 형태를 무너뜨릴 수 있듯, 사람의 마음 또한 외부로의 작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니 1도가 오르내린다고 바로 면역체계가 무너지는 우리를 보면 도자기보다 더 섬세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각기 다른 마음의 온도를 지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 지내고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의 온도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배려라는 명목하에 나의 온도를 억지로 나누려 한 행동은 좋았던 시간 그리고 기억과 느낌까지 언제 그랬냐는 듯 새삼스러워지게 만들고, 서로 다른 온도에 끌렸던 관심은 상대방과 나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답답함 만으로 남아있게 된다. 그것은 마치 부드러운 손길로 도자기를 어루만짐에도, 그 손길의 무게로 인해 도자기를 망가트리는 것과 같다. 그렇다. 조화로움이란 비슷함으로 착각하여 서로의 다른 온도를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온도를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상대의 온도를 그 자체로 느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배려이자 깊은 사랑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