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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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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다희
댓글 0건 조회 2,004회 작성일 24-07-1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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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인간의 행복은 자유가 아닌 의무를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에는 항공산업 초반, 지금과는 달리 밤에 비행을 시도한다는 것조차 도전이었던 시절. 야간항로를 개척하며 항공우편산업을 펼치는 리비에르와 조종사 파비앵, 그리고 연관된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리비에르는 타 교통수단과 경쟁해야 하는 항공우편산업이 자리를 잡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야간비행이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인물로서, 이러한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굉장히 강경하고 철저하게 회사를 관리해 나간다. 사소한 실수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규칙’이란 상황에 따른 정당함과 부당함을 따지는 것이 아닌 ‘예외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켜져야만 하는 것’으로 우선시되며, 작은 실수에도 냉정하게 직원들을 몰아붙인다. 


 이러한 리비에르의 냉정함과 엄격함이 자칫 비인간적이고 지나쳐 보이기도 하지만, 직원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건네는 칭찬과 조언, 감정이 섞인 질책을 배제하고, 직원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압력을 가하면서도 뒤돌아서는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매정 해 보이는 책임자 안에 숨겨진 따듯하면서도 고독한 지도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한 편, 야간비행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것은 리비에르의 몫이지만, 야간비행에 따르는 모든 위험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항공기를 운항하는 조종사와 그의 뒤에서 무전을 교신하는 무전통신기사이다. 이 책에서 파타고니아 항공편을 담당하는 젊은 조종사 파비앵은 결국 야간비행 도중 악천후로 인해 교신이 단절되며 실종되고 만다. 

파비앵의 실종이 기정사실화 되고, 그를 찾는 파비앵의 부인을 보며 리비에르는 그들의 잃어버린 행복에 연민을 표하며 이 모든 행위가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뇌한다. 비행을 나가지 않았으면 지속되었을 신혼의 즐거움과 가정의 따듯함. 절망적인 사건 앞에 이들의 행복은 바스러졌다.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 없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고뇌와 파비앵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라비에르는 예정된 다음 항공편을 취소시키지 않고 출발을 지시한다. 또 하나의 항공기가 야간 비행을 떠나며 글은 마무리된다. 


만약 자신이 단 한 번이라도 이륙을 중지시켰다면 야간비행 전체의 명분이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다음날이면 비난으로 돌아올지 모를 문제들을 제쳐두고 또 한 대의 비행기를 밤하늘로 쏘아 올렸다.



리비에르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속한 산업에 대한 애정, 열망. 그에 따른 직업적 책임감. 개인의 욕심으로 치부하기에는 깊고 넓은 집단의 성공을 위한 갈망으로 느껴진다. 

파비앵은 비록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했지만, 야간비행은 지속됨으로써 파비앵의 죽음이 헛된 희생으로 남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리비에르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야간비행은 막이 내리고 항공우편산업은 다른 교통편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목적은 아무것도 정당화해 줄 수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행동으로서 죽음에서 해방될 수는 있어. 그들도 배를 만들며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거야.”



 리비에르는 직원의 희생을 등에 짊어지고, 무거운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타인에게 비난을 받을지라도 본인의 의무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책임을 지는 방식. 어둠을 향해 날아가는 것보다 어쩌면 이 모든 책임을 홀로 묵묵히 감당해 나가는 게 더 용기 있는 일임을 알기에 생텍쥐페리는 조종사보다 리비에르라는 인물에 더 초점을 맞추어 경의를 표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건만 터지면 짊어졌던 의무를 내던지고는, 자리를 내놓은 것이 책임을 진 것이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책임자가 가져야 할 책임감과 직업적 소명이란 무엇인지 멈추어 생각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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