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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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나태주, “멀리서 빈다”
글씨를 쓰는, 혹은 이전에 글씨를 쓰던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절반 이상은 나태주 시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위에 인용한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는, 가을이 다가오고 이파리가 물들 때 즈음이면 전업 작가님들이 거의 매번 쓰는 문구이고 그만큼 많이 접하게 되기 때문이리라.
나태주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상은, “사소함의 아름다움.” 에 가까웠던 거 같다. 나태주 시인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소한 것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는 무언가를 잡아내는 감각이 매우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인 <풀꽃> 을 예로 들어보자.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평범한 풀꽃조차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지켜보면 그 속에서 내면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문구는 연인들의 사랑 문구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긴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오늘도
나를 위해 살게 하시고
그 삶이 넘쳐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살게 하소서.
- 나태주, <늙은 기도> (본문
中)
이번 시집도 그렇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는 (<풀꽃>도 그렇고) 자연을 소재로 하거나, 인간의 내면을 다루거나, 혹은 자연을 매개체로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매우 작고 사소한 것들에 주목하며 그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으려 한다. 그의 시는 전혀 복잡하지 않다. 그래서 더 쉽게 읽히고, 더 쉽게 다가오며,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진심과 따스함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맛이 있다. “모든 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이라는 어느 시인의 문구처럼 모든 순간에서 삶의 깊이를 찾아내는 시인이라고 해야 할까.
너에게 사랑받고 싶다
아니다
지금이라도 너를
사랑하고 싶다
- 나태주, “버킷 리스트 1 – 지금이라도” (본문 中)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은 기적, 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너에게 사랑 받고 싶다가, 아, 내가 사랑하는 것에 앞서서 내가 먼저 사랑해야 하겠다는 작은 깨달음을 표현한 매우 간단하지만 크게 와 닿은 시이다. 연인이, 혹은 부부가 싸우는 것은 결국 사랑 받고 싶거나 존중 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학자라는 사람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을 하냐고 비판을 받을 지는 모르겠으나, 서로가 사랑 받고 싶은 욕심을 먼저 내세우지 않고, 서로를 먼저 사랑해주고 보듬어주려 하는 관계가 진실로 오래 가는, 건강한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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