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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노구치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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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윤호
댓글 0건 조회 3,079회 작성일 24-08-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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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카메라로 도쿄 속 소중한 일상을 담으며 활동하는 스트리트 사진작가 신 노구치는 일상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순간, 아름답고도 인간미 넘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상적이고도 드라마틱한 모습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 내가 할 일은 주위를 둘러보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연출하고 어떤 의도를 가진 사진을 찍기보다 일상생활 속 거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담는다. 실제로 그의 사진들을 보면 정말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지만, 단순하면서도 친숙한 피사체들의 존재감을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회식 때 과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쓰러진 직장인이나,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아주머니 등. 다만, 그는 다른 사진작가들이 활용하는 구도, 색감 등의 공식들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그의 사진에는 사진 안에 담긴 이야기나 감정을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의 사진첩 후반부에는 스트리트 사진이 아닌 자신의 가족 사진들이 나온다. 이는 주로 그의 어린 세 딸과 그의 아버지를 담고 있다. 사진 속의 딸들은 온 집안을 어지럽히고 쉴 새 없이 싸우며 그를 정신없게 만들지만, 가끔 서로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순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신 노구치는 2017년 폐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전 아버지의 사진을 주로 담았다고 한다. 후에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는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며 자신의 유년 시절이 담긴 사진들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진들 속엔 자신이 미처 기억하지 못한 수많은 삶의 모습과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이를 보며 수많은 감정을 추억을 마주한 그는, 그 후로 자신의 세 딸을 카메라에 더욱 더 담아두기 시작한다. 


 우린 굉장히 인상깊고 특별했던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린 날들을 기억 속에서 흐릿하게 잊어가고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에도 삐지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고, 아이스크림 하나에 해맑은 웃음을 짓던, 사진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그 시절 감성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의 딸들을 보고 있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잊고 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신 노구치는 독자들이 자신의 사진들이 예술의 영역인지, 일상의 영역인지 물으면 그는 ‘일상이 곧 예술’ 이라 답한다고 한다. “나는 내 사진을 한 번도 예술이라 칭한 적이 없다. 다만 지금 내 눈앞의 세 딸은 매일 예술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고 했던 그의 말처럼. 그가 찍은 사진들은 훗날 세 딸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그녀들의 기억속에서 되찾아 줄 것이다.


 어느 날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집안 어른들을 동영상으로 많이 담아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엔 그저 생각없이 흘려들은 수많은 조언 중 하나와 같이 치부했지만, 시골집에 가끔 방문할 때마다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떠올랐고, 생각이 날 때마다 여러 장 담아두곤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매우 좋았던 것 같다. 내 주변 분들이 하나 둘씩 떠나실 때마다 그들과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는데, 생각날 때 무심히 찍어두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추억이 더욱 선명해졌던 것 같아 좋았다.


“When you hear music, after it’s over, it’s gone in the air. You can never capture it again.”


 그의 책 속 문장처럼, 그가 문장에서 말한 음악처럼, 우리의 삶과 아름다운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이는 우리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있는 모습들은 시간이 지나면 영영 볼 수 없는 순간이다.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성숙해지고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 이 시절을 보고 싶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럼 얼른 우리 휴대폰 속에 사진으로 담아보자. 몇 메가바이트에 지나지 않는 이미지들의 영향력은 우리 마음 속에선 그 이상의 크기로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사진첩에 대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언제나 당신의 투쟁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삶을 독려한다. 멋진 사진이 주는 커다란 감동이 있겠지만,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감동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가까운 곳에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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