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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복 -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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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1,845회 작성일 24-09-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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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하지마. 좋긴 좋은 것 같은데… 데이트가 끝나고도 여자친구가 집에 가질 않아.."

-청첩 모임에서, 신혼 6개월차 새신랑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짝'이라는 개념에 매혹되었다. 이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질문으로, 현재까지도 그 의미를 탐구한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이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언급한다.

그녀의 주장대로, 우리 조상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처음으로 짝을 찾기 시작했다.

초기의 사랑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인간은 사랑을 통해 더 높은 가치와 욕망을 추구하게 되었다.

오늘날 사랑과 결혼은 단순한 번식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스펙 좋은 신랑감', '금수저 신부'와 같은 단어들이 난무한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닌 조건의 교환이 되어버렸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는 직업과 학력, 모아둔 돈, 부모님의 노후 대비. 모든 것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나의 통장에 적혀있는 숫자들이, 혹은 그녀가 가진 물질들이 사랑과 행복을 표현한다고 착각한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이를 "감정 자본주의"라고 표현하며, 사랑마저도 시장 논리에 편입되었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가 고도화 될 수록, 이는 점점 가속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각 시대마다 결혼의 기준은 달랐다. 

고대 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한 체력과 힘이 중요했다.힘이 센 수컷이, 자손을 번식할 수 있는 암컷이 짝짓기에서 우위를 지닌다. 

자츰 사회가 고도화되고 문명화되면서, 사람들은 생존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예전에는 가문, 신분이 그 척도라고 하면, 현대에는 그 척도가 "돈"이 되어버렸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76%가 결혼 시 경제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한다. 다만 이를 개인의 욕심 때문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20대들은 결혼을 못 하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내 자식에게 힘든 생활을 하게 할 수 없어서라고 말한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 치솟는 집값, 교육과 육아에 드는 막대한 비용 등 현실적인 걱정들이 사랑보다 앞서게 된 것이다.


미디어는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한다. 드라마나 SNS를 보면 유명 인사들이 비싼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며, 자신의 재력을 과시한다.

이런 비정상적인 기준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며, '행복'의 기준을 왜곡한다. 

이러한 비교는 불필요한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잊게 만든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강백의 희곡 "결혼"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사기꾼 남자가 청혼을 위해 빌린 물건들로 허세를 부리다 결국 빈털터리가 되는 이야기.

그러나 남자가 자신의 진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진심을 고백했을 때 오히려 여자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 작품은 시간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묻고 있다.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결혼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부부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랑의 형태가 변하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현실적인 고민을 무시할 순 없다. 경제적인 안정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니.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결혼은 계약, 거래가 아닌 사랑의 결실이라는 것을. 

앞으로의 결혼문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그 본질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진실된 마음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이니까.


문득 전에 참석했던 친구의 결혼식 뒤풀이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유부남인 그 친구는 핸드폰으로 귀가 시간을 확인하며 투덜거렸지만, 정작 일어설 때는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을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행복. 평생 나와 함께할 사람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결혼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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