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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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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훈
댓글 0건 조회 2,057회 작성일 24-06-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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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버지는 1989 년도에 회사에 입사하셔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근속해 오셨다. 현재 연세가 막 60대에 접어드셨는데, 사실 요즘 시대에 60대에 가까운 나이까지 회사에서 퇴사하지 않고 일 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종종 은퇴에 대해 언급하시곤 하셨는데, 최근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가 은퇴하게 되셨다고. 그래서 은퇴하시던 날, 안부 전화를 그렸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는 평소에 내가 들을 수 없었던, 감정이 북받쳐서 떨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때부터 굉장히 엄격하신 분이었다. 원리 원칙을 항상 중요시 하셨었으며, 항상 나와 형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선을 지킬것을 강조하셨다. 그만큼 우리를 대할 때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던 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아버지는 편하기보다는 어려운, 친근함보다는 존경심이 들게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최근, 아직 어리고 경험도 일천하지만 조금씩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느낀다. 세상 사는게 만만치가 않다. 나는 아직 완전한 사회가 아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고, 내 몸 하나만 간수하면 되는 상태지만 그럼에도 책임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씩 어려운 일을 맡게 되거나, 힘들때는 내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가족들을 대할때 항상 같은 태도를 고수 하셨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훨씬 힘들고 훨씬 어렵던 일들을 헤쳐오셨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힘들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 ‘아빠가 오늘 기분이 안좋나 보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가 나와 형 그리고 가족들을 볼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느껴질 것만도 같다.

 


 수화기 너머로 내 전화를 받던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셨기에 생전 들을 수 없었던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를 내셨던 걸까?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니던 회사를 은퇴하게 된 홀가분함? 그동안 일하셨던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씁쓸함? 자신의 책임을 완수해 냈다는 만족감? 솔직히 지금은, 그때 아버지가 어떤 심정이셨을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일을 끝마치고 나갈때, 사람들에게 고생했다며 축하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그동안 내 일에 최선을 다했노라며, 그동안 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은 어떤 어려움을 헤쳐 나오셨을지 지금으로선 상상할수 없지만, 그래, 나는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버지가 걸어가셨던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항상 꼬박꼬박 토요일이나 휴일에도 출근을 하셨던 아버지. 본인은 항상 쉬는 날 출근하면 돈을 많이 주기 때문에 좋아서 회사에 가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것이 진짜 돈이 좋다고 말씀하신 것인지, 아니면 너희들 먹일 돈이 많아져서 좋다고 말씀하신 것인지 우리에게 알려주시진 않았지만, 아마 엄격했던 당신의 성격상, 돌려 말하신게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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