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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쉬게 해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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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훈
댓글 0건 조회 1,824회 작성일 24-07-1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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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쉬게 해줄 때 

- Pixar의 '인사이드 아웃 2'를 감상하고 -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만큼 사람의 머릿속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알 수 없다는 옛 선조들의 생각이 담긴 말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하등 옛날 일이 아니라, 과학과 심리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유효하다. 사람의 생각은 뉴런과 시냅스의 전기적 연결에 의한 것이고, 감정은 몸속 호르몬과 화학 물질에 따라 휙휙 바뀌는 것이라는 것이 밝혀지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이고, 사람마다 다른 감정과 생각을 통일된 이론적 공식을 통해 정립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이런 복잡한 마음속의 감정들을 의인화하여, 각 감정들이 어우러지며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Pixar 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인사이드 아웃 2 는, 2015 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감정인 행복, 슬픔, 분노 등을 의인화하여 각 감정들이 상황에 따라 머릿속의 컨트롤 타워의 제어 콘솔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람은 '라일리' 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로, 전작 인사이드 아웃 1 에서는 초등생 정도의 어린 나이였으나 이번 작에서는 사춘기인 13 살의 나이로 등장한다. 라일리가 사춘기가 된 만큼, 기존의 감정들 뿐 아니라 불안, 따분, 질투, 당황등의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여 기존의 감정들과 갈등을 빚으며 일어나는 일들이 인사이드 아웃 2 의 주요 내용이다.


 '라일리' 는 13 살이 되어 사춘기가 된 만큼 기존과 달리 감정의 격동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감정들인 불안, 따분, 질투가 기존에 존재했던 감정들인 행복, 슬픔, 분노 등을 머릿속 통제탑에서 내쫓게 된다. 그렇게 쫓겨난 감정들은 다시 통제탑으로 돌아가는 모험을 떠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시행 착오를 겪게 된다. 그러던 와중,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다고 판단하여 절망한 '행복' 이 작중 울면서 하는 말이 인상 깊다.


"어른이 될 수록 이렇게 기쁨을 느낄 일은 점점 줄어드나 봐..."   


 이 대사는, 마냥 재밌게 영화를 보던 나에게 적잖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어릴 때는 분명, 행복이란 감정을 느낄 일이 많았다. 부모님께 듣는 칭찬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 듯 하였으며, 친구들과 놀이터 바닥에서 뒹구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시간가는줄 모르게 지나갔었다. 비단 행복 뿐이랴? 분노, 슬픔, 짜증, 무서움 등등. 어릴 적의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커가며 점점 행복, 분노, 슬픔 등의 격동적인 감정들은 줄어들게 되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 지루한 일상의 따분함,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 등등의 감정이 우리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느껴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불같이 화를 낸 기억도 이젠 희미해져 가고 있고,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잠겨본 것도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릴때처럼 작은 일로는 더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화날 일이 있으면 그 자리를 피하거나 애써 무시하게 되었다. 그리고 울 것 같이 슬플때가 있으면, 남자가 무슨 이런일로 우냐고 애써 울음을 삼키는게 습관이 되었다. 지금 나, 그리고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불안' 이나 '질투' 인 것 같다.  준비가 미흡해서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 내것을 뺏기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 상대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은 감정인 질투. 그리고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잠잠해 진 뒤에 우리의 머릿속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는 따분함. 물론, 불안과 질투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감정이긴 하다.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하고, 질투와 열등감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머릿속의 통제탑에서 내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작중 인물인 '라일리' 의 머릿속은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이 통제탑에서 내쫓긴 이후로 불안이란 감정의 주도 하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기쁨, 슬픔, 무서움, 분노와 같은 감정이 사라진 채로 불안감 만으로 모든 일을 처리한 결과, '라일리' 는 불안의 폭주로 인해 공황발작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통제탑으로 돌아온 기존 감정들이 불안을 잠재우고, 다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어 결국 필요없는 감정은 없고, 모든 감정이 우리를 이루는 일부이다 라는 교훈적인 내용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영화의 내용처럼, 우리도 이제는 꼭꼭 숨겨두었던 감정인 기쁨, 슬픔, 분노 등을 되찾을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자기 나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운동이든, 악기 연주든, 아니면 다른 것이 되었든 말이다. 인생이 불안과 질투, 따분함으로 점칠되어 있다면 너무 재미 없지 않은가? 정 참을수가 없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응어리진 속을 털어놓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편해질 때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 머릿속을 점거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불안과 질투를 조금은 쉬게 해주면 어떨까? 쉽지는 않겠지만, 기쁨이란 감정을 원동력 삼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진행할 수 있다면, 너무나 칙칙해진 우리 사회를 조금은 더 재밌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곁에서 불안, 질투,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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