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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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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2,271회 작성일 24-06-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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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브라이언 키팅 作, 나의 연구와 삶의 태도에 관하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전자기기를 분해하는 걸 좋아했다. 

폐품장에서 고장난 VCR을 가져와서 나사와 니퍼로 이리저리 뜯어보기도 하고, 한번은 멀쩡한 MP3를 뜯다가 어머니에게 혼이 난 적도 있었다.

전자기기가 친숙한 90년대 생이라 그런가, 결국 나는 지금 대학원에 와서 거의 모든 전자기기 안에 들어가는 DRAM을 연구하는 박사과정생이 되었다.

그러나 대학원에 온지 거진 4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실험이나 연구를 할 때마다 내 머리속에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내가 과연 이 분야를 할 만한 사람인가?"


"나는 박사과정의 자격이 있는가?"


“나 같은 둔재가 다른 천재들이 가져야 할 자리를 어쩌다 운이 좋아 연구실에 들어온 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까지 내 주변 사람들을 많이 부러워하였다. 그들은 뭐든 척척 해내는 천재 같다. 

실험만 하면 놀라운 결과를 보이며, 어떤 이들은 학위기간 중 논문을 10편 이상 쓰는 등,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였을 때 나는 많이 초라해 보인다. 

설령 박사학위 기간이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쩔쩔매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나의 존재가 연구실에 불필요하고, 나의 분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가면증후군(impostor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이다. 

높은 성취를 이루었지만, 그걸 과대평가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이런 심리는 일종의 "방어 기제"로써,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전제하에 미리 스스로를 믿지 않아버리면 실패 시의 좌절감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하에 이루어진다.


본 책의 저자는 교수이다. 그것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물리학과 교수. 

17년 차 교수가 담담하게 책 프롤로그에 적어놓은 말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교수가 된 지 1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내가 과연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사람인가, 의문이 든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배리 배리시는 스톡홀름에서 시상대에 처음 올랐을 때, 자신의 수상 자격에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17년 차 교수도, 

그리고 나 자신조차 우리는 항상 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저자는 아홉 명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인터뷰하며, 그들의 성과와 이론에 대한 설명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도 물리학을 연구하며 매일 고뇌와 자아 성찰에 괴로워하는 인간임을 알려준다. 

2011년 우주의 가속팽창 문제를 해결한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애덤 리스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애덤은 연구에서 중요한 건 통찰력이나 번뜩이는 두뇌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긴 연구기간 중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모두 자기만의 독특한 영역을 차지할 뿐이고, 수상은 원래 운에 기대는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볼 때 어떤 사람도 사기꾼일 수가 없다."


이 논리를 기억하며, 내가 해낸 일에 의구심이 들거나, 내 자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때, 쓸데없이 힘을 소비하지 말자. 

애덤은 자신의 철학 아래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 바탕에는 그가 지난 세월 동안 쌓아온 고뇌와 성찰의 철칙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보자. 지금의 실패와 어려움은 언젠가 성공의 밑거름이 될 테니. 

나아가며 되돌아보자. 내 마음에 있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나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을 때, 그때는 내 말과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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