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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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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승
댓글 0건 조회 2,014회 작성일 24-05-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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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최승자



많은 사람들이 흘러갔다.

욕망과 욕망의 찌꺼기인 슬픔을 등에 얹고

그들은 나의 창가를 스쳐 흘러갔다.

나는 흘러가지 않았다.

 

 

나는 흘러가지 않았다.

열망과 허망을 버무려

나는 하루를 생산했고

일 년을 생산했고

죽음의 월부금을 꼬박꼬박 지불했다.

 

 

그래, 끊임없이 나를 호출하는 전화벨이 울리고

나는 피해 가고 싶지 않았다.

그 구덩이에 내가 함몰된다 하더라도

나는 만져 보고 싶었다,

운명이여.

 

 

그러나 또한 끊임없이 나는 문을 닫아걸었고

귀와 눈을 닫아걸었다

나는 철저한 조건반사의 기계가 되어

아침에 밥을 부르고

저녁엔 잠을 쑤셔 넣었다.



        어느 한 남자가 암울함이라는 감정에 사무친다. 그의 공포는 불안이고 고통이며 운명이다. 적막한 어둠과 함께 빛이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반복의 순간과 악순환의 연속 속에 하늘과 미래는 어두웠다. 주변 사람들의 운명은 그의 운명과 다르게 보이지만 우리 모두의 운명일지 모른다.

        이 시를 처음 읽는 순간 ‘인간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운명의 힘에 대하여 막연하게 혹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운명이란 게 있는 것일까? 운명이 있다면 피할 수 있는가, 없는가?

        운명이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우주의 존재들이 어떤 필연적이고 절대적인 힘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이러한 운명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운명에 저항하며 부딪쳐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명에 순응하며 절대적인 힘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확실한 것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미지의 힘에 대해 느끼곤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미래로 향하는 길은 자신이 갈고 닦아 내는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자신의 삶을 이루어 내는 과정조차 절대자의 위대한 섭리인지.

      만약 누군가에게 그 사람의 삶을 통째로 뒤흔들만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러한 일을 운명이라 치부한 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저항해야할 것인가는 결정하기 힘든 문제일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은 울리고’는 어떤 상황에서든 하나의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겪는 고통과 아픔은 필연적이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시이다. 이 시에서 알 수 있는 운명의 아이러니는 바로 남자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고통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누구도 아픔 없는 운명은 없다는 것이다. 혹은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운명의 아픔을 겪는다는 현실을 남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이 운명의 시련을 극복해야 하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운명의 사전적 의미는 ‘숙명이라고도 하며, 인간의 의도나 일을 포함하는 우주 전체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기 어려운 궁극적 결정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인지를 초월한 힘. 그것은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불가피한 필연의 힘이며, 누구라도 따를 수밖에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힘이다’라고 나와 있다. ‘피할 수 없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피하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다면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러나 이 안개 속 같은 미래를 환히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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