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chas gracias, ami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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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연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지금껏 살아온 27년 인생이 짧다고 할 수도 있고, 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살아가다 보면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 속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리움이 문득 사무치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김호연 작가의 이 책 '나의 돈키호테' 는 그런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책이다.
김호연 작가의 전작 '불편한 편의점' 은 가슴 따뜻해 지는 한국적 정서의 이야기로 베스트 셀러에 오른 전적이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4월 25일에 출간된 신작 '나의 돈키호테'에도 자연스레 손이 갔던 것 같다. 나의 돈키호테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리움과 추억, 이별과 재회를 주제로 한 책이다. 사실 이런 주제의 작품들, 예를 들면 인도의 '세 얼간이', 한국의 '써니', 일본의 '너의 이름은' 등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종류의 창작물들이다. 아니 어쩌면 위에 언급한 작품들이 모두 성공한 것을 보면, 누구나 과거의 아련했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종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도 같다. 어쨌든, 과연 해당 책이 한국적인 방식으로 그리움이란 주제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여, 이 책을 몰입하여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묘하게 현실적이면서, 또 희망적이었다. 전반부는, 여타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대전(!)의 비디오 대여점이었던 '돈키호테 비디오' 의, 돈키호테와 같은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하던 괴짜 주인장 '돈 아저씨'와 당시 여중생이었던 돈키호테 비디오를 자주 방문하던 주인공 '진솔'이, 서울로 전학가게 되면서 연락이 끊긴 돈 아저씨를 당시의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법학과 출신이면서 불의에 맞서 싸웠던 돈 아저씨의 과거에 대해 옛 지인들에게 듣게 되고, 여러 사람들의 증언과 주인공 일행의 조사를 통해 결국 현재 아저씨가 제주도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 소설 3/5 지점까지의 내용이다. 이렇게 짧게 서술해 놓았지만, 해당 과정이 퍽 재미있게 묘사되어있고, 돈 아저씨의 과거를 들으며 점점 그들이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빠지게 하는 서술이 일품이기 때문에, 꼭 한번 직접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그리움을 주제로 한 작품은, 보통 일행들이 재회하는 장면이 클라이맥스고, 그 부분에서 작품이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 나의 돈키호테는, 아저씨와 진솔이 재회한 장면 이후부터가 오히려 작품의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앞에 잠깐 이 작품이 묘하게 현실적이라 얘기했는데, 그 이유가 재회 이후에 나온다. 돈키호테를 삶의 롤모델로 삼으며 꿈과 희망을 노래했던 돈 아저씨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어서인지 자신이 과거에 꾸었던 꿈을 망상이었다고 치부하며 스스로를 이제는 돈키호테의 수행원이었던 '산초 판사'에 빗대어 얘기한다. 그리고 아저씨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유튜브로 촬영하던 주인공 진솔은, 과거 자신을 쫓아냈던 방송국 PD가 먼저 아저씨의 인터뷰 방송을 내보내는 바람에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아저씨를 찾았다는 말을 듣고도, 과거 '라만차 클럽'(과거 돈키호테 비디오에 자주 방문했던 사람들이 스페인의 라만차 평원을 대전에 빗대어 만든 모임) 멤버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제주도로 굳이 찾아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뭔가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라 예상되었던 재회 장면이, 팍 식어버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라만차 클럽의 멤버이면서, 돈 아저씨 장영수의 아들인 장한빈에게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진솔 앞으로 스페인의 돈키호테 축제에서 라만차 클럽 멤버들의 마지막 모험이 있을 것이라는 쪽지가 도착한다. 그렇게 진솔은 스페인에서 이제는 돈키호테가 아닌, 돈키호테의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되기로 결심한 듯한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그 후에 그 둘은, 세르반테스가 과거 갇혀서 돈키호테를 구상했던, 지금은 은행이 된 감옥을 방문한다.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단다. 『돈키호테』가 잉태된 이곳, 세르반테스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보낸 이곳이
내게 용기를 줄 수 있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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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용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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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한 그 돈키호테의 열정. 어쩌면 광기. 그러니까 싸울 수 있다는 용기. 정의와 자유를 위해 거악에 맞서는
선한 힘이라는 용기"
그곳에서 그는, 돈키호테가 되겠다는 과거의 꿈, 한번 포기했던 꿈이 아닌, 작가 세르반테스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얻게 된다. 라만차 클럽의 멤버들과 함께 아저씨의 과거를 되짚어오며, 산초가 되어버린 돈키호테의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던 진솔은, 세르반테스가 갇혔던 감옥 앞에서 새로운 목표에 불타오르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란 말이 있다. 그렇기에, 추억을 곱씹으며 살게 되면 과거에 매몰되어 버린다고 한다.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추억과 그리움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추억과 그리움은, 사람들을 자신들에게 매몰시켜 버릴 정도로 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확실한 삶의 원동력이자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에 만났고 헤어진 사람들은, 문득 머릿속에 떠올라 과거의 즐거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고, 예전의 내가 어땠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들과의 인연과, 함께했던 추억 속 경험들은 분명 기억의 저편 속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묻혀 있을지 몰라도, 분명 나의 삶을 구성하는 커다란 조각 중 하나일 것이다. 해당 작품에서도, 주인공 진솔은 추억속 아저씨를 다시 찾겠다는 일념하에 유튜브를 시작하여 성공하게 되는 꿈을 쫓아 나아가는 돈키호테와 같은 삶을 살게 되고, 돈 아저씨는 진솔과의 재회를 통해 잊었던 꿈을 다시 갖게 된다. 나 또한, 돈키호테 비디오 대여점의 '라만차 클럽' 멤버들과 같은 중학교 시절의 친구들이 있다. 작품과 비슷하게 13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친구들도 그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절 그리웠던 추억 얘기를 하다보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때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기억의 저편에 잠자고 있던 나도 다시 깨어나는 듯 하는 느낌이 든다.
살아가는건 항상 힘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힘든 지금을 잊기 위해 과거의 즐거웠던 시절을 추억하며 그리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의 추억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나의 즐거웠던 시절을 함께했던, 나에게 즐거운 시절을 선사해준 고마운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언제나 현실에 충실하려 노력하지만, 가끔씩 과거에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 모든 사람들과, 소설의 '라만차 클럽' 멤버들처럼 재회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나눌수는 없겠지만, '나의 돈키호테'에서 이제는 돈키호테가 아닌 세르반테스가 된 아저씨와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그리운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한번 자신을 다잡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15년만에 자신을 찾아와서 세상의 풍파에 꺾여버린 자신의 꿈을 다시 되새겨준 진솔에게, 아저씨가 담담히 건내는 인사가 있다.
"무차쓰 그라씨아쓰, 나의 돈키호테."
무차쓰 그라씨아쓰는, 스페인어로 매우 감사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amigo 들에게, 한번쯤은 이런말을 해주고 싶다.
Muchas gracias, ami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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