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중독과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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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맹자를 만나라
판덩 지음
한번은 맹자가 제나라 평육(지금의 산동성)을 돌아보다가 평육의 대부 공거심에게 물었다.
“만약 창을 든 이곳의 경비병이 하루에 세 차례나 대오를 벗어나는 직무 유기를 한다면 당신은 그를 내쫓을 것이오?”
“세 번까지 두고 보지 않고, 한 번에 내쫓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쫓기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이오. 흉년에 이곳 백성들은 늙고 허약하여 산골짜기에서 굶어 죽었고, 젊고 힘이 센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도망갔는데 이 사람들의 숫자가 거의 천 명에 달했을 것이오.”
“그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공거심은 이 모든 것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적으로 국가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본인에게 주어진 지극히 제한된 권한 속에서 해결책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해서 공거심은 아직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심부름꾼에 불과한데, 복잡한 일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맹자는 관리직으로서 무능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공거심을 일깨우기 위해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지금 남에게 소와 양을 받아 그 주인을 위해 동물들을 기르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목장과 꼴을 구해야 하네.
목장과 꼴을 구하려 했으나 구하지 못했다면,
원래 줬던 사람에게 돌려주겠는가?
아니면 가만히 서서 굶어 죽는 것을 지켜보고 있겠는가?
< 맹자 공손추 하편 >
공거심의 대답이 이어서 본문에는 밝혀지지 않아 결말을 모르지만, 맹자는 사실 물음의 형태로 공거심에게 이미 답을 한 것이었다. 내 생각도 맹자와 마찬가지로 소와 양이 죽도록 방치하기보다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잘 해내야 하고, 할 수 없는 일이면 자리를 무르고 양보해야 하는데, 녹봉을 받으며 벼슬을 하는 공거심이 본인의 직책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째서 백성들이 굶어 죽은 것이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현대에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중국의 대표적인 맹자 연구가 판덩 선생이 말하길,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책임 소재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책임지지 말아야 할 일에는 굳이 나서서 책임지려고 하고, 원래 자신이 책임을 졌어야 할 일은 책임을 회피하여 무책임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사람으로 나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본성이 선한 사람이었고 좋았던 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한 사람으로 비춰지고 나쁜 일이 되어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의 진행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윤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설 때와 상황을 분별할 줄 아는 것이 갖춰야할 미덕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국지연의에서는 공거심과 정반대 성향의 책임중독에 빠진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제갈량이다. 제갈량은 촉나라 군대의 크고 작은 사사건건에 모두 관여하였다. 유비가 재위하는 동안 촉나라의 오호대장군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치던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마초는 모두 용맹하고 능력이 특출 나 각자 맡은 바 책무를 톡톡히 하고 있었기에 제갈량은 기본적으로 이들의 군사적 지휘권을 존중하고 신뢰했다. 단지 전투에서 계략을 펼쳐야 할 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비가 죽은 후였다. 다음 군주로 그의 아들 유선이 즉위했지만 여전히 촉나라의 국정 전반을 관리하는 건 제갈량이었다. 그런데 그런 제갈량마저 죽은 이후 ‘촉나라에는 싸울 수 있는 장수들이 없고, 새로운 장수들은 아직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늙은 요화가 선봉에 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의 씨가 말랐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촉은 삼국전쟁에서 가장 먼저 멸망한다.
나는 촉이 멸망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유선의 무능함도 있겠지만, 제갈량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제갈량은 내부 조정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현장에 나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장군처럼 전장의 모든 사항들을 원격으로 결정하고, 중간 실무자 선에서 처리해도 충분한 모든 판단을 불필요하게 본인을 거쳐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한마디로 혼자서 평소에 너무 많은 일에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촉의 멸망은 더 많은 일을 했어야 했던 촉나라의 군신과 장군들이 책임에 대한 무게를 배우지 못하고, 프로페셔널함을 익히지 못해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지며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은 뉴비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일을 잘 수행하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철저히 훈련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관심을 쏟고 시간을 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반대로 뉴비들은 적극적이고 열성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혼자서 뭔가를 터득할 때는 많은 시간이 들지만 고생해서 얻은 만큼 문신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반면, 강의나 구전으로 전달되는 지식들은 빠르고 간편하지만, 거기에 담긴 깊은 철학까지 결코 완벽히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맹자의 가르침대로, 우리는 정확히 자신의 자리가 어느 위치이건 관계없이 부여된 책임과 의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조직의 발전과 궁극적으로는,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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