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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에 믿을 것인지, 믿기에 이해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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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호석
댓글 0건 조회 1,944회 작성일 24-06-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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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에 믿을 것인지, 믿기에 이해할 것인지 

-마이클 샌델의「공정하다는 착각」을 읽고-

 

나는 운이 좋다. 한국에서 태어나 평범한 동네에서 자라고, 어느 누구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남들처럼 학원을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외부 요인 없이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던 환경 덕에 지금 내가 여기에서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학교에서는 항상 교육의 의무를 강조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어도 ‘배움’에 있어선 법 아래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있는 것처럼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을 하면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대학을 가는 아이들은 다른 또래들에 비해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 대학은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첫 지표이기에, 모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능력주의가 원칙인 오늘 사회에서 대학의 이름은 승리자와 패배자를 가르는 첫 번째 관문이 된다.

 

능력주의:

개인의 능력을 기준에 따라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그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철학

 

능력주의 이념은 현대에 이르러 “지위와 보상은 능력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라는 분배 원칙으로 형성되었고,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라는 역사적 배경에 따라, 기회의 평등과 사회적 이동성이라는 핵심 원칙을 전제로 발전하였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 그리고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는 자유의지에 대한 갈망, 그 자유에 대한 옹호가 능력주의는 공정하다는 생각의 지지 바탕이 된다.

하지만 노력을 산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권을 누림에 따라 투자에 비해 과다 산출을 얻게 된다면, 이를 과연 형평(衡平)이 이뤄졌다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이 스스로 해내도록 도와준 부모와 교사의 노력은 뭔가?

타고난 재능과 자질은 그들이 오직 노력으로만 성공하도록 했을까?

우연히 얻은 재능을 계발하고 보상해 줄 수 있는 사회에 태어난 행운은?

 

작가인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이 왜 문제인지를 여러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능력주의를 비판한다. 불평등의 원인을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우리들의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많은 보상들을 쟁취할 때에 그것이 개인의 노력의 전적인 결과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스스로를 자기충족적인 존재로 볼수록 감사와 겸손을 배우기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그런 감성이 없다면 공동선에 대한 배려도 힘들어지게 된다. 부유하고 성공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한 나의 노력과 능력으로 인해 거둔 성취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자면, 패자의 굴욕감을 줄여준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지금 너의 처지는 네 탓만은 아니야.

너도 부모를 잘 만나다면, 가난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달라졌을 거야.

너도 걔 정도 조건이었으면 그 정도는 해냈어.

이런 위로를 건넬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그런 말들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능력주의의 문제점? No


본인은 이 책에 완벽주의에 대한 작가의 비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보다 나은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고자 내딛는 시도. 그러한 생각들과 새로운 방향의 한 걸음으로 인해 세상이 진보한다는 믿음에 대해서도 반박할 여지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주장은 분명 가치롭다.

 

이해하기에 믿을 것인지, 믿기에 이해할 것인지

 

이상이라는 것은 어쩌면 종교와도 같다. 지금 나의 지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 대한 논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는 신을 믿는 태도와 유사하다.

공부나 배움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의 진실성에 대해, 언제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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