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면도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2,099회 작성일 24-05-07 18:47

본문

윌리엄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위의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공익을 실현하려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정말로 크지만,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타인을 위한 삶은 위대하고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오히려 본인의 삶이 힘들어질 수 있고, 내가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이 힘들어지고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익을 위한 삶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답을 찾지 못하던 중, <면도날>이라는 신선한 제목의 소설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미국인으로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겪은 후 유럽과 아시아를 떠돌아 다니며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이 주인공에게는 과거에 결혼까지 하려 했었던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여자친구는 물질적 만족을 원하기 때문에 결국 그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 주인공과 그 여자친구가 헤어지기 전 싸우던 장면이다. 주인공은 결국 정신적인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만족스러운가에 대해 말하지만, 여자친구는 그런 남자친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경험은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의 갈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직업 또는 배우고자 하는 일에 부모님과 자신의 가치관이 달라 겪는 갈등은 일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어느 쪽이 인생에 알맞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 온갖 고민에 휩싸였던 나에게, 늦었지만 심심한 위로가 되었다. 이러한 갈등은 나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삶의 만족’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험한 환경의 술집에서 몸을 파는 여자가 등장하는데, 어렸을 적에 시 쓰기를 좋아했던 감성적인 소녀였지만 이제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귀족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늙은 부인이 나온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주인공의 삶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욕할 것이다. 누군가는 몸을 파는 여자를 보고 추하다고 사회의 악이라 비판할 것이다. 누군가는 겉치장과 허례허식에 익숙한 삶에 알맹이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각자 나름대로 판단과 가치관이 있겠지만, 내가 본 등장인물들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삶에 있어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보면 정말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지만, ‘너는 너의 삶에 만족하니?’에 대한 답은 만족하다와 만족하지 못하다 2가지로 수렴될 것이다. 결국 삶의 마지막은 죽음이고, 마지막에 도달하기 전에 적어도 행복한 삶은 한 번이라도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인간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라면 면도를 처음 할 때의 어색함을 기억한다. 수염이 막 나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이 이제 어른이 되겠다고 면도를 하지만, 익숙치 않아 몇 번 베였을 것이다. 아마 젊은 날에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첫 면도처럼 실수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이제 사회를 경험하기 시작하여 삶을 배우기 시작한 우리 20대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닐까?라는 느낌을 받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