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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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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준홍
댓글 0건 조회 2,628회 작성일 24-03-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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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배반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지키는 규칙 같은 것들이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칸 띄어 앉는 것, 식사를 할 때 상대방과 먹는 속도를 맞추는 것, 선물을 받으면 감사인사를 하는 것 등 수많은 규칙들이 우리 삶에 녹아있다. 이 규칙들은 각각의 상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며, 다른 규칙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행동이라도, 특정 상황에서는 용인되기도 하며, 반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규칙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우리는 누가 알려주지 않더라도 사회적 활동을 통해 체득하곤 한다. 

   저자는 상식을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칙',  '세상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규칙'이라고 정의한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사실과 관찰한 내용, 경험과 통찰, 각자가 매 순간 발생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우면서 축적해가는 일종의 빅데이터이다. 상식은 공기 중 산소와 같이 그것이 결여되어야지만 그 존재를 의식하게 될 만큼 당연시되지만, 세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동작하게 하는 상식은 실용성, 특수성, 복잡성, 상대성, 쌍방향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상식은 과학이나 수학에 비해 실용적이다. 근본적으로 이론적 성격을 띠는 과학과 수학과 달리, 상식은 이론적 성격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한다. 

두번째로 특수성이다. 과학이나 수학과 같은 형식적 지식체계는 개개의 특수한 발견을 보편적 원리에 따라 규정한 논리적 범주로 조직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다. 이에 반해, 상식은 개개의 구체적인 상황을 그 자체의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상식은 복잡성을 지닌다. 비교적 간단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형식적 지식체계와 달리 수많은 상식이 필요 시 된다. 네번째, 상식은 문화와 시간에 따라 상대적이다. 한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시 되는 상식이 다른 사회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한 시대의 보편적인 상식이 다른 시대에는 전혀 용납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식은 공간과 시간에 따라 상대적이며 각각의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상식은 상대적이며 개별 상식들의 연관성 속에서도 상식은 상대적이다. 마지막으로, 상식은 쌍방향적이다. 상식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쌍방이 유사한 사회적, 문화적 경험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사회학자 해리 콜린스가 상식을 ‘집단적이고 암묵적인 앎’이라고 지칭한 바에서 알 수 있듯 집단적이지 않은 상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쌍방이 유사한 사회적, 문화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쌍방은 서로 다른 상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각자의 상식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상식에 대한 특성을 요약하자면, 상식은 우리 삶에 만연해 있으며, 사회 생활을 위해 필수적이고 실용성, 특수성, 복잡성, 상대성, 쌍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서로 얽혀 문제를 발생시키곤 한다. 우리는 상식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만, 그 상식이 무엇인지, 왜 생겼는지, 왜 적용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우리는 상식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활용하고만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상식에 무지한 채로 그 상식에 의존하여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근본적인 성찰 없이 자신의 상식을 그저 신봉하며 수많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기업의 총수들 역시 자신의 상식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상식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식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인지해야 한다. 상식을 사회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검토하여야 한다. 그럴 때만이, 맹목적으로 믿어지는 상식이 비로소 과학화 되어 우리의 실생활에 진정한 도움이 되는 지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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