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면 죽는다
페이지 정보

본문
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지음
음악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에너지는 굉장하다. 출근길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혹은 잠에 들기 전 어지러웠던 하루를 정리하고 무드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트랙을 고르고 볼륨을 올린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아티스트들의 작업물이나 전례 없는 새롭고 신선한 사운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현재, 다수의 취향을 저격한 대중가요보다 개개인에게 더 커스터마이즈된 장르음악들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고,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개개인마다 특정 음악장르나 사운드를 선호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기 때문에 여론으로부터 비난보다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역사 속 대중과 평론가들은 항상 순위를 매겨왔고 무엇이 명곡이고, 예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음악인지에 관해 논쟁해왔다. 사실 현재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는 음악들이 비록 상업적으로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과연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는 음악들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발매 당시에는 별로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갑자기 역주행하는 곡들을 찾아 들어보면 대부분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것 같다.
창작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표절, 자기복제, 진부한 클리셰라는 평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규칙을 벗어나려 애쓰고, 실험을 하고, 독특한 색깔과 브랜드를 쟁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아쉬운 점은 그들의 이러한 고집이 항상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많은 돈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새로운 작품은 분명 누군가에게 영감을 떠올리게 했고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행보는 씬을 구성하는 종들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기여했으며, 그 희소성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니예는 자기가 만든 부조화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지만, 누군가에게 그저 소음처럼 들릴 수도 있다. 바흐의 장엄한 음악을 누군가는 그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형태의 매끄럽지 않음과 부조화에 반응한다.
취향은 수없이 다양할 수 있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아름다움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름다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몰입해야 하고, 이해를 허락하지 않는 대상과 씨름해야 한다.
친숙함에 안주하면 편하다. 인간의 뇌는 태생적으로 게으르다. 하지만 가장 훌륭한 예술은 묘하고 불안한 느낌을 전달하며 좀 더 수수께끼 같은 길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몸부림이다. 향유하려는 몸부림, 설명하려는 몸부림이다. 덕분에 예술은 계속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용기 있는 움직임을 독려하고, 리스너들에게 포용력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더 넓게는, 인류는 왜 익숙한 것에 안주하기 쉽고, 고립되며, 투쟁 끝에 결국에는 새롭고 낯선 것을 지향하여 나아갈 수 밖에 없는지 사실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생각해보면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자와 연구자들도 비슷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타파하고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한 끝에 새로운 것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는 아이디어를 주고 동기를 부여한다. 책에서는 예술만을 예로 들었지만 어떠한 분야라도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거칠게 저항하는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을 수 있는 용기와 지식 그리고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