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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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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동욱
댓글 0건 조회 2,844회 작성일 24-04-07 21:38

본문

 시를 읽는다는 것은 때로는 가볍지만 또 무겁기도 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빠르게 지나쳐가는 문장들이지만 그 의미를 곱씹어보면 하루 반나절이 모자랄 때도 있다.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하고 소중하다. 시를 좋아한다고 스치듯 말했던 것을 친구 A가 기억해 나에게 깜짝 선물해 준 책이니 말이다. 책 한 권은 사소할지 몰라도 그 속에 녹아있는 마음은 전혀 사소하지 않으니 내게는 더욱 의미가 깊다. 그렇기에 이 책 속에 있는 시들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싶어 수십번씩 되뇌이며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이 시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날씨, 여름 밤, 이끼, 파도 등 시인의 시선이 머무르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그래서 인지 내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된다. 출퇴근 길에 타고가는 자전거, 따사로운 햇살, 천변을 따라 피어있는 개나리, 휘날리는 벚꽃잎.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한다. 아래는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둑이 든 여름>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올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여름의 색은 찬란하다. 여름의 햇볕은 따갑지만, 여름만큼 신록을 잘 볼 수 있는 계절은 드물다. 시인은 그런 여름의 오색 빛깔을 잃어도 좋다고 말하며 온몸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시인의 언어는 여름날의 뜨거운 바람 냄새를 담고 있고,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너무나도 맑고 투명했다. 시를 읽으면서 불현듯 나에게 이 시집을 선물해준 사람이 떠올랐다.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해주고, 행동 하나하나에 배려가 묻어있는 사람이다. 썰렁한 농담에도 내가 어색해할까봐 평소보다 더 크게 웃어주는 그 사람의 행동에 나 또한 더 잘해주고 싶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정말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정독했다. 따뜻한 글귀와 그 속에 담긴 아름다운 언어를 보며 사람들이 왜 시로 마음을 치유한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항상 바쁘고 여유없던 삶이었다 보니, 시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며 읽는 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내 삶에 휴식을 부여하는 행위였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때때로 내 감정을 내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 투영하여 담아내는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그 당시의 내 감정과, 생각을 그림 그리듯 담아내면 훗날 내 감정을 보다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미숙했던 나를 다독이는 시간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더 울컥할 때나 가슴이 뜨거워질 때, 가끔은 펜과 종이를 들고 내 시선을 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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