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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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팔 수 있다면, 스스럼 없이 팔 것인가?'
- 김성중의 "국경시장"을 읽고" -
사람은 누구나 나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가슴 아픈 이별, 모욕을 당했던 순간, 사업에 실패한 경험 등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기 마련이다. '나쁜 기억을 팔 수 있다면, 스스럼 없이 팔 것인가?' 이 간단한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주저 없이 판다고 답할 것이다. 나쁜 기억을 지워주고 돈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엔, 나 역시 그랬었다. 하지만 책을 덮은 후엔 쉬우면서도 당연한 이 질문이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삶에 지루함을 느끼고 여행을 하던 주인공 일행이 우연히 국경 시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국경 시장은 화폐로 거래하는 시장이 아닌, 본인의 기억을 팔아야만 얻을 수 있는 물고기 비늘을 화폐로 사용하는 곳이다. 주인공 일행은 나쁜 기억을 팔아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결론적으로 이득이 아니냐며 쉴 새 없이 기억을 팔아 물건을 사기 시작한다. 주인공을 제외한 사람들은 국경 시장에 매료되어 모든 기억을 팔고 결국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도 겨우 도망쳐 나오지만 결국엔 죽음에 이르고 만다.
그렇다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나는 기억의 좋음과 나쁨을 현재의 잔여 감정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죽을만큼 힘들었어도 나중엔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건이 있는 반면, 현재까지 여전히 쓰리고 아픈 기억으로 남는 사건이 있다. 그렇다면 나쁜 기억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나의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이다. 정확히는 본가를 떠나 자율형 사립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내 고등학교 3년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품을 떠나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냈던 시절의 이야기다.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이 시절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 기억을 지워버리면 내가 다시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인정하고 그 사람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남아 있을까. 또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 시절이 내게는 나쁜 기억일지언정, 이 역시 나를 이루는 일부이다. 나쁜 기억이 있어야 좋은 기억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결함은 대단한 자산이야"
- p.24 국경 시장에서 살아남은 한 걸인의 말-
국경시장에서 살아남은 한 걸인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지만, 나쁜 기억은 나를 성장시킨다. 내 안에 존재하는 나쁜 기억들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종국엔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앞으로의 내 삶에서도 수많은 시련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종국엔 상처를 입어 나쁘게 기억되는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나쁜 기억조차 사랑하고자 다짐한다. 나 역시 국경 시장에서 살아남은 걸인처럼 내 결함을 인정하고 나쁜 기억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의 결함은 결국엔 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기에 이 또한 대단한 자산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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