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흐르는,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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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서 흐르는, 소중함 ”
- 정다이 著, 「나도 울어, 너처럼」 을 읽고 -
어른이 우는 건 부끄러운게 아니다.
그러니 우리 울자,
울어버리자. 아이처럼.
기쁜 일이 있을 때. 행복한 일이 있을 때.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웃음은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러운 긍정이자 축복받은 행위이다.
그에 반해 슬픈 일이 있을 때, 서러운 일이 있을 때, 무언가 실패를 하거나 속이 상하는 일이 있을 때, 눈물은 어딘가 불편하고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일이다. 눈물은 생물학적으로 땀, 침 그리고 콧물과 같이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체액의 일종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것들과 달리, 유독 생물학적 의미보다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더 크다. 실제로 정서적 이유에 의한 눈물 속에는 카테콜아민류의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 전달 물질들이 평상시에 분비되는 생리적 눈물보다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예로, 1997년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 (Diana Frances Spencer) 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을 때,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사람이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현상은 다이애나 효과 (Diana effect) 라 명명 되었으며, 실제 눈물의 심리 치유 효과를 말할 때 자주 거론된다.
눈물의 정서적 효과가 어찌 되었건, 사람들에게 눈물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가까운 현상임은 분명하다.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그는 분명 슬픈 일이 있거나 몸이 아프거나, 혹은 힘든 일이 있거나 별로 힘들지 않은 일에도 나약함에 빠져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이 마지막 생각이 우리가 눈물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고 감춰야 할 이유가 되게 한다. 내가 울고 있다면, 이 세상에서 내가 울고 있는 이유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보단 그 이유를 멋대로 추측하며 대부분은 눈물을 흘리는 주체의 연약함에 결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이 책도, 나도, 우리는 결국 ‘울 수 있을 때 울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웹툰과 인터넷 방송으로 유명한 어느 작가가 우는 아이를 보며 말했듯, - 그래 지금 울 수 있을 때 울어. 어른이 되면 속으로만 울어야 해. -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른이 되어 가며 점점 우는 모습을 감춰야만 한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우는 것을 감출지언정 스스로 금지하지는 말아야 한다. 생물학적인 치유 효과를 위해서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도 아닌, 그저 나 자신이 무언가 느끼고 그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울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나는 몇 달에 어쩌다 한 번 운전을 하다 보면 지나게 되는, 사랑하는 나의 할머니가 마지막까지 머물고 계셨던 병원을 지나며 눈물을 흘린다. 처음엔 그날의 감정이 떠올라 슬퍼서, 그 다음번엔 왜 더 함께하지 못했을지 후회스러워서, 그 다음엔 보고싶어서, 그리고 가장 최근엔 함께 웃고 떠들며 마주 앉았던 순간이 떠올라서. 아마 그 도로를 지나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 잊었을지도 몰랐던 순간들이 눈물을 통해 자각하고, 기억하고 또 추억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눈물을 통해 나약함이 아닌,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이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감정 또한 온전히 보듬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오랜 친구는 내 맞은편에 앉았는데, 그의 얼굴엔 읽어내기 어려운 수많은 감정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친구는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정말 잘하고 싶었어.”
눈가가 촉촉해진 친구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외면했다.
그리고 나는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속삭였다.
“잘했어. 그리고 너 잘하고 있어. 나는 네가 모든 것을 쏟아붓고, 노력하는 걸 봤어. 너는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네가 그렇게 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잘했어.”
친구는 울었다.
우리는 울었고, 말보다 더 큰 침묵이 따뜻하게 우리를 감싸 안았다.
나 자신이 울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친구의 눈물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한 방울에 위로를, 한 방울에 용기를, 한 방울에 진심 어린 마음을 녹여보자. 눈물은 눈에서 떨어져 흩어지지만, 그 눈물에 담은 마음은 서로의 눈에 다시 맺히고 또 맺히는 사랑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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