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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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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2,845회 작성일 24-03-1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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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

곽재식 지음


폴터가이스트 (Poltergeist) 라고 불리는 현상은 물건이 저절로 날아다니고 접시가 아무 이유 없이 떨어져 깨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현대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조사한 기록을 보면, 대부분 사람이 한 짓이었다.


예전에 비해 과학과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미제사건이나 일상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들의 원인을 논리적으로 밝혀낼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초자연적이고 오컬트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가 줄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최근 개봉한 영화 ‘파묘’의 관람객 수가 800만명을 돌파하며 화제가 되는 것을 보니 이제는 미스터리 현상에 대해서는 하나의 판타지 장르물로써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오락의 형태로 소비되는 패턴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작가가 여러 역사 기록들을 조사하여 조선 시대에 떠돌았던 괴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그에 얽힌 스토리를 나열한 책이다. 곽재식 작가님을 유튜브에서 요즘 자주 접할 수 있어서 인터뷰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상상력이 풍부하고 재치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작가님의 성향이 책 내용에도 고스란히 잘 반영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용 서술이 주로 ‘괴물의 짓’으로 간주되는 이상 현상에 대해 당시 왕권중심의 불평등한 계급사회와 농경사회인 점을 고려하여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인물들의 정서와 감정을 ‘상상’하여 해석하는 식의 전개로 거의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로 문장어미를 ‘이것은 ~인 듯싶다.’ 나 ‘이것은 ~했던 것은 아닐까.’ 식의 추측과 가능성을 열어 두는 형태로 종결하고 있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평소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 익숙하여, 글쓴이의 표현이 명료하지 않거나 확신이 없고 애매하면 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서 중에 다시 태도를 바꾸어서, 심각하게 읽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조선시대에 출간한 잡지라고 생각하고 읽었더니 완독할 수 있었다. 또 일부는 당시 여러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유추해낸 결론으로 보이는 내용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1527년 7월, 중종 때 도성 내 가위에 눌리고, 커다란 늑대 형상의 괴물 목격담이 퍼져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이에 중종의 어머니 정현왕후가 중종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현왕후는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이 정당하다고 입장을 표명한 대표적인 사건 가담 주요인물이다. 그런 만큼 정현왕후는 반란이나 암살과 같은 비슷한 일이 거꾸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상 시달렸을 것이다. 게다가 1519년 기묘사화가 터지며 여러 조정 대신과 선비가 때로 처형을 당하는데 이에 원한이 맺혀 복수하겠다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을 것이다. 1527년 초에는 궁전에서 작서(불태운 쥐)의 변이라는 악명 높은 저주 사건이 발생한다. 임금의 자손을 저주해 해치려고 한 듯한 이 사건으로 많은 궁녀가 고문당했다. 1530년, 정현왕후는 거처를 한번 더 옮긴다. 백주대낮에 귀신 같은 이상한 것이 나와 난리를 쳤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현왕후는 병들어 한 달 뒤면 세상을 떠날 터였다. 말년에 접어들어 병약해진 마음을, 암투로 가득한 궁중의 권력승계문제와 불길한 괴물 이야기가 동시에 흔들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조선시대만이 아니라, 이렇게 인간의 근심, 걱정, 불안감과 같은 나약한 감정들을 이용하여 못살게 구는 귀신이야기는 전세계 어디에나 항상 존재했다. 서양을 예로, 영화 해리포터에서는 ‘보가트’라는 괴물이 등장하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생각을 읽어 그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로 변신하여 나타나 괴롭히는 녀석이 등장한다. 호그와트 어둠의 마법 방어술 담당인 루핀 교수는 보가트를 무찌르기 위해 다음 방어주문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리디큘러스(Ridiculous)’, ‘우스꽝스러운’ 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한 주문으로 해리포터 내에서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스스로 두려움에 맞서 극복해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순간은 시간이 지나도 뒤돌아 봤을 때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의 말년에는 밝고 행복했던 기억들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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