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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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학부 시절의 주말은 단조로우면서도 바빴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과외, 학원 강사, 근로장학생 등을 통해 용돈 및 생활비 벌이가 거의 전부였으니까. 한 번은 과외 학생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는 바람에 급히 다른 일을 구하다가 카이스트 내에 있었던 베이커리인 “뚜레쥬르” 에서 1년 정도 주말 마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청소로 시작해서 설거지로 끝나는 그 마감 알바 맞다. 안 그래도 기피 타임인 마감인데 주말이다 보니 사람이 잘 안 구해져서 학기가 시작되어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은 듯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지난 상품은 ‘폐기’라고 해서 버려지거나 알바생의 일용할 양식이 되곤 한다. 빵집도 마찬가지로, 오전 5-6시쯤에 담당 제빵사가 출장을 와서 당일 판매할 빵을 만들고, 당일 팔리지 않은 빵은 모아서 폐기하거나 고아원 등에 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내 경우 부점장님께서 주말 밤까지 일하느라 고생한다고 해당 빵들을 상당수 챙겨 주시기도 했다. 진상 손님을 만날 때는 정신 소모가 심하기도 했지만 (KAMF 축제 때 아기가 마시던 설탕이 가득 든 유자차를 테이블과 온 바닥에 흥건하게 부어버린 채로 그냥 가버리신 부모님, 잘 지내시지요?), 사람을 잘 만난 덕분에 따뜻하게 1년 간 일했던 기억은 아직도 기분 좋게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이라는 흔하고 사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적인 사건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며 사회적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국사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 후 교사 연금을 가지고 생활하며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염영숙은 어느 날 기차에서 지갑과 신분증 등이 들어있는 파우치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다. 곧 전화가 오고 당신의 파우치를 주웠다며 서울역으로 다시 오면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는다. 염영숙은 파우치 속 지갑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하나 사 먹도록 허락한 뒤 서둘러 역에 도착하나 그 ‘독고’라는 이름의 노숙자는 서울역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다가 다른 노숙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온 몸을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도 염영숙의 파우치를 끝끝내 지켜낸 노숙자를 본 염영숙은 다른 노숙자들을 소리를 질러 쫓아낸 뒤 독고를 본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리고 와 도시락을 준다. 그렇게 만나게 된 독고를 마침 야간 근무자가 필요했던 염영숙을 독고에게 야간 알바 자리를 제안하자, 따뜻한 장소에서 폐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노숙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며, 이후로 ‘독고’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공감’의 힘이다. 기억을 잃고 노숙자 생활을 하던 독고는 염영숙 사장의 관심과 공감의 힘 속에서 결국 자신의 원래 자리를 찾고 헤어졌던 가족과 화해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또한 독거 씨 역시 직장 생활에 찌들어 소주 병나발을 불던 한 중년 가장에게 자기처럼 술 대신 위스키와 색이 비슷한 옥수수 수염차를 건네고 따뜻한 온풍기를 틀어 주었다. 공감과 위로. 쉬우면서 어렵다는 역설에 가장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공감하는 데에는 그저 상대의 말을 들어주면 된다. 맞장구 쳐주고, 그 마음을 함께 공유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한 발짝 더 다가가서 용기를 주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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