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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할 수 없는 행복, 단지 존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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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2,596회 작성일 24-02-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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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뮤얼 존슨의 「라셀라스」를 읽고 -



“인간에게는 분명히 이곳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어떤 감각이 숨겨져 있는 게 틀림없어. 아니면 감각과 다른 어떤 욕구가 존재하고 있어서 그것이 채워진 뒤에야 비로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행복의 골짜기에 있는 왕국, 아비시니아의 왕자 라셀라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왕국에 권태를 느낀 나머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골짜기 바깥 생활을 경험하기를 갈망하던 중 온갖 세상을 경험하고 행복의 골짜기로 들어온 시인 이믈락을 만나게 된다. 그를 통해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라셀라스는 행복의 골짜기라는 역설의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계획한다. 그들의 계획을 알게 된 여동생 네카야가 합류하게 됐고, 네카야의 시녀인 페쿠아까지 네 사람은 굴을 파서 행복의 골짜기를 탈출하게 된다.

 

 왕자 일행은 세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한다. 젊은이들의 쾌락과 욕망을 경험하고자 했지만, 그저 조잡하고 관능적이기만 할 뿐 정신적인 요소가 없음을 깨닫는다.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하는 곳에서 만난 철학자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만 할 뿐 행복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라셀라스 왕자는 이 사람 역시 오래 듣고 있을수록 점점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는 현자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철학자는 왕자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해주었다고 여기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지혜로 굴복시켰다고 여기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의 현존 체계와 협력하여 행동하는 사람의 태도로 떠났다.”

 

“왕자는 행복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학식이 높은 사람이나 순박한 사람이나 똑같이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셀라스는 세상 어딘가에 행복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라셀라스 왕자는 네카야 공주와 함께 관찰하는 일을 분담하기로 하는데, 왕자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을, 공주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 가정을 각각 관찰하기로 한다. 왕자는 자신이 관찰한 권력자가 지위를 잃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살아갔고, 권력이 결국 또 다른 힘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높은 지위는 행복이 머무르는 자리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짓는다.

 

 공주가 찾은 일반 가정은 '좁은 식견에다 천박한 소망밖에 지니고 있지 못하며', '가난했으므로 즐거움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고 소소한 경쟁이나 쓸데없는 다툼 따위로 불쾌한 기분을 맛보기 일쑤'였다. 또한 공주는 결혼한 가정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두 성인이 하나의 길을 같이 걷게 됨으로써 오는 기질의 차이로 불행했고, 독신자는 친밀한 애정이나 사랑을 주고받는 일 없이 그저 홀로 멍하니 세월을 보낼 뿐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는 존재가 된다고 했다.

 


 "인간은 늙어 죽을 때까지 행복이란 이 세상에서 결코 찾을 수 없는 것임을 쉽게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이 행복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으며 자기도 언젠가는 그런 행복을 얻으리라고 계속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요."

 


 이후에도 그들의 행복 찾기 여정은 계속되고 다양한 장소, 저명한 인사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서지만 행복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남이 보기에 행복해 보일 뿐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불행을 결코 피하지 못한다. 왕자의 일행은 '행복을 소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자신들의 왕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 없는 결론이 맺어진다.

 

 사람은 행복을 결코 찾을 수 없다고 끝이 난다면 우리는 이 소설을 읽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여행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갇혀 살아가던 시절보다 훨씬 정신적으로 성숙했고, 자신의 행복에 대한 깊은 성찰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행복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행복은 누구도 소유할 수는 없지만 행복의 경험은 반복할 수 있다는 것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복의 소유'를 추구하기보다는 우리의 삶 속에서 '행복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삶이라는 짧고도 긴 여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보상 중 하나이지 않을까? 결국, 행복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겪는 경험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 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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