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한 일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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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 한 ‘일’ 돌아보기 ”
- 기시마 이치로 著 「일과 인생」 을 읽고 -
만약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전부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 경우엔 태만이 덕이며 근면이 악덕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므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근면이 덕이고 태만은 악덕이 된다.
‘일’의 범주를 가능한 넓게 고려해 보았을 때, 누구나 일을 한다. 한 개인이 자신을 살게 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들을 일이라고 했을 때도,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고자 행하는 것들을 일이라고 했을 때도, 결국 누구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좀 더 고찰해 보면, 기대했던 성과 없이 마무리되는 일은 있을 수 있어도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시작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일’이라는 행위에는 필수적으로 힘의 소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은 그 행위의 보답으로 얻게 될 성과를 동기 삼아 일을 하기 시작한다. 설령 그 성과가 원하지 않았던 것이더라도, 혹은 단순한 성취감이나 만족감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영(無影)한 것이더라도 우리는 일을 하기 전과 후에 반드시 무언가 달라짐을 느낀다.
‘개인심리학’ 수립에 공헌한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세 가지 인생의 과제를 정의했다.
-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
어느 과제도 그것 하나만을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각각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두 가지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다. 일의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타인과 협력하는 교우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이 ‘사랑의 본질은 뭔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 말했듯, 일의 과제 해결을 위해 사랑의 과제 해결 또한 필수적이다.
그럼, 2023년이 마무리 되어가는 지금 나는 ‘일’을 잘했으며 세 가지 인생의 과제를 잘 풀어나갔을까.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지 2년차를 맞이한 올 한 해는, 나에게 꽤 힘들었던 한 해이자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가장 먼저 새로운 연구 과제와 새로운 팀원을 맞이하며, 인간관계 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필요했다. 알프레드 아들러가 「삶의 과학(The Science of Living)」에서 말했듯이,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때,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고 그 용기가 의도와는 다르게 때로는 마찰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함께하는 이들의 감사한 배려와 진심을 다하는 협력 덕분에, 교우의 과제 해결에 기반하여 일을 하나씩 이뤄갈 수 있었다. 연구라는 일의 특성상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무언가 잘 되었을 때 결코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언제나 이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지금의 성과를 하나씩 이뤄갈 수 있었고, 그들이 존재하고 함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때문에.
그 외에도 한 해 동안 한 일을 되돌아보면 수없이 많은 회고가 뒤따르지만, 결과적으론 후회하거나 미련이 남는 일들은 없다. 100% 만족하는 성과는 없더라도 그만큼 더 채워갈 수 있는 내년을 기약하며 올 한해의 남은 시간은 차분히 그리고 포근히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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