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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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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2,546회 작성일 23-12-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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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I love you? ”

-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은 누구든지 한 번은 있을 것이다. 그 감정이 서로에게 비슷하게 동했다면 연애를 할 것이고, 그 좋았던 감정이 어느 순간 사그라들기 시작하면 연애는 곧 종말을 맞이한다. 사람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를지 몰라도, 한 쌍의 남녀가 서로 알아보고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하는 과정은 대체로 이렇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우연히 만나 사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서로 식어가는 걸 느껴 이별하고, 다시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 전개 방식의 연애소설 수준이다. 그렇지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 제목답게 이 책은 연애의 보편적인 과정을 지나가면서 겪게 되는 생각과 의문점을 놀라운 필력과 지식으로 풀어내었다.



 저자가 풀어낸 내용 중 깊이 공감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된 초기, 세상에서 쓰이는 ‘사랑한다’는 말로는 지금 이 심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주인공은 ‘사랑한다’는 표현이 워낙 많이 쓰이기에 닳아서 지금 이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는 고민에 휩싸인다. 주인공이 ‘사랑한다’는 단어를 쓸 때 의도한 감정과 상대방이 ‘사랑한다’는 단어를 듣고 받아들인 감정이 다르다면, 사랑한다는 말은 본연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그 번뇌를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했고, 상대방도 자신이 들은 말 중 가장 달콤한 말이라며 기뻐했다.


 돌이켜보면, 사랑한다는 말만큼 각자 다르게 해석되는 말도 없다. 누구나 사랑을 하기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통용되지만, 그만큼 단어에서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말은 과연 우리가 제대로 의미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에게 내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사랑한다’는 구태의연한 표현 대신 다른 전달 방법을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랑하게 되면 겪는 고민이지만, 조금 일반화해서 깊이 있는 의문을 던지게 하는 글쓰기 방식도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던 연인들에게도 어느 순간 권태기가 찾아온다. 나만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고, 상대방이 날 떠나지 않을까 어느 순간 불안하다. 그리고 상대방의 사랑이 나에 비해 식었음이 조금씩 드러날 때, 우리는 그 서운함을 조금씩 표출하기 시작한다. 작은 일에 삐진다거나, 사소한 일에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는 행동으로 주로 나타난다. 주인공도 이 과정을 겪게 되는데, 알랭 드 보통은 권태기를 ‘낭만적 테러리즘’이라는 멋진 단어로 설명해낸다.


 사소한 일에 삐지거나 화를 내는 등의 행동은 결국 ‘나는 네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 화가 난다’는 속마음의 발로이다. 그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불편함, 또는 당혹감을 유발하게 하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상대의 애정을 원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공격적인 모습을 취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요구 관철 수법이다. 이는 테러의 속성인 ‘자신의 요구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키거나 표현하기 위한 극단적 수단’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상대방이 테러를 자행한 자신의 의사를 받아들일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일치한다. 연애에서 겪는 감정의 변덕 속에 이런 함의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연애의 과정 하나하나를 거치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 더 사유해 볼 수 있었다.


 낭만적 테러리즘까지 자행한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고, 이별을 맞이한다. 이별에 상심한 주인공은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자신을 버린 상대방을 실컷 저주하고 비난하고 원망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상대방을 동정하고 안타까워하는 경지에 오른다. 자신을 버린 상대방이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깊어지다 못해 후회하는 상대방에 대한 동정심까지 생겨난다. 그 시간마저 지나자 서서히 상대방은 잊혀지고, 주인공 앞에 다시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주인공은 글의 마지막을 이렇게 이야기하며 끝맺는다. ‘사랑은 정말 의도치 않게 찾아와 나의 의지, 노력과는 상관없이 떠난다. 떠나는 과정에서 상처입고 아파한다고 해도 결국 기억은 과거의 일부가 되어 망각의 과정을 거친다. 좋은 기억만이 추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다시, 사랑은 의도치 않게 찾아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과정을 깊이 고민하고 사유하며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안겨주지만, 결국 주인공도 ‘사랑은 어떻게, 왜 시작되는가’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갈망하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지만, 느닷없이 찾아오고 예기치 않게 사라지는 변덕스러운 감정만큼은 인간이 어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것이 있다. 어차피 찾아오는 사랑과 떠나가는 사랑 모두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래서 내 노력이 의미가 없다면, 굳이 사랑하는 데 심적으로 고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결국 흘러가는 것에 불과하다면, 그렇게까지 아픈 성숙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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