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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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소품집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 7권에서 말한 문장이 인생의 지혜를 말하는 최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현명한 자는 즐거운 것을 추구하지 않고 고통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 문장은 모든 향락과 행복이 부정적인 성질을 가졌지만, 고통은 긍정적인 성질을 갖는다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이해하고자 할 때,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간혹 이 질문을 입사면접에서 지원자의 인생관을 파악하고 조직의 가치관이 일치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의도로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다. 누군가와의 첫 만남에서 처음부터 이 질문을 던지기에는 분위기가 다소 진중해지고 무거워질 수 있어서 피하는 것이 맞지만, 사실 나는 한 사람을 만나고 진지한 관계로서 알아가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이걸 물어보고 싶다. 나의 경우, 행복이다. 돈, 명예, 연인, 가족처럼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나는 내가 불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누구의 말처럼 아직 엄청난 돈을 벌어본 것도 아니고,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아내나 자녀가 없어서 너무 이상적이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대답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는 나의 행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건강하면서도 잔잔한 행복이라고 답할 수 있다.
노년에 위로가 되는 사실은 인생의 여러 가지 일을 모두 끝마쳤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고통 없이 인생을 보내는 사람이지 활기 넘치는 기쁨이나 최고의 향락을 맛본 사람이 아니다. 활기 넘치는 기쁨이나 최고의 향락을 인생의 행복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으려는 사람은 잘못된 기준을 택했다. 그 이유는 향락은 언제나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향락으로 행복해진다는 말은 시기심이 자기 자신을 벌하려고 품는 망상이기 때문이다.
나의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활기가 넘치는 삶을 동경하고, 잔잔하고 고요한 밤을 사랑하는 반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폭음을 하거나 소란과 광란적인 것들을 싫어한다. 어느 미디어에서는 그것이 20대의 젊음이고 낭만으로 묘사가 되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쇼펜하우어가 지적했듯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과도하게 가치를 두는 일은 어디서나 있는 망상에 불과하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치 직접적 가치를 지닌 듯 여기는 어리석은 행위를 허영(vanitas)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쇼펜하우어의 단호하면서 명료한 가르침은 복잡한 사회를 살다가 만나는 어떤 사람들로 인하여 ‘나’라는 인격체가 존중받지 못하고, 방황과 유혹의 늪으로 끌어들이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바른 길잡이 역할을 한다.
행복론이라는 명칭 자체가 미화된 의미를 담고 있기에 ‘행복하게 산다’의 본래 의미는 단지 ‘덜 불행하게’ 즉 참고 견디며 살아가라는 교훈이다. 물론 인생은 실제로 즐기기보다는 극복하기 위해 존재한다. 물론 인생은 실제 즐기기보다는 극복하기 위해 존재한다. 라틴어로는 ‘삶을 영위하고, 삶을 완수하다’, 이탈리아어로는 ‘그럭저럭 헤쳐나가다’, 독일어로는 ‘반드시 헤쳐나가야 한다’ 또는 ‘그는 어떻게든 세상을 해쳐 나갈 것이다’로 표현한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과 같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한 인간이 삶을 영위하면서 여러 역할과 책임이 부여된다. 같은 무대 위에서 활동하지만, 매번 배경과 씬이 바뀔 때마다 의상과 연기하는 캐릭터가 바뀐다. 감독은 무대를 관람하는 관객이 헷갈려하지 않도록 정확한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각본을 통해 배우에게 행동, 말투, 표정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지시한다. 배우는 역할에 몰입하면서 마치 자신이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후 씬에서 연기했던 캐릭터의 색깔을 확실히 지우고 현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멀쩡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제 2의 인격이 툭 튀어나오는 상황이 개그 소재로 활용될 때가 있지만, 실제 삶에서는 내가 어디에 있고, 누구와 있으며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상황을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삶의 태도로 지내다보면 필연적으로 일관성을 잃거나 자기모순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 결국 인간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이런 문제들을 계속 직면하고, 극복해나가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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