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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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 서게 되며, 과연 무엇이 옳은 일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모든 상황에 예외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의 최고 원칙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다양한 현실 사례를 들어 정의를 이해하는 방식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시장의 자유, 정부의 올바른 역할, 고문의 정당성, 소수 집단 우대 정책, 조상의 죄에 대한 사죄나 동성혼 문제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 소개된 딜레마들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진정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 묻고 그 결론을 따라가는 과정은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일상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강하게 이끈 부분은, 평소에도 이따금씩 머릿속을 맴돌던 부와 권리, 그리고 기회의 공정한 분배에 관한 문제였다. 흔히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그만한 능력이 있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에 부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가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부를 거두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이 책은 나에게 부의 재분배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첫째, 빈부격차가 임계점을 넘어 극으로 치달을 경우, 우리 사회는 사실상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결정되어 벗어날 수 없는 신분제 사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계층 간 이동이 꽉 막힌 사회는 절망적이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은 모든 이들이 납득하고 수긍할 만한 공평한 출발선에 서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황금만능주의의 심화를 막기 위해서다.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리지 않는 이상 대리모 역할을 자처할 사람은 많지 않듯이, 세상에는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존엄한 가치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부가 재분배되어야 하는 도덕적 근거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땀 흘려 노력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생각은 우리의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그저 사회가 정해 놓은 규칙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익을 취할 권리를 얻은 것일 뿐, 태생적으로 그 이익을 독식할 자격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다. 롤스는 인간이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을 갖춘 것도, 심지어 끈기 있게 노력하려는 의지와 성향조차도 온전히 개인의 것이라 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산물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자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주는 시대와 사회에 태어난 것 역시 철저한 우연이자 행운일 뿐이다. 즉, 부와 기회의 분배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우연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태어날 때부터 유리한 표를 쥔 행운아들의 능력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쓰여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롤스의 이러한 철학은 평소 내가 막연하게 품어왔던 생각과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었다. 개인의 빛나는 업적은 결코 홀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사회라는 테두리가 그 업적을 수용하고 허용해 주었기에, 비로소 개인의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를 축적할 능력을 타고난 이들이,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들의 복지를 위해 사회에 세금을 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복지 제도는 무능력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것을 막아주는 든든한 역할을 한다.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진정 정의로운 사회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날의 체제는 겉으로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듯 보이지만,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경쟁을 결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공정하지 않은 경쟁에서 얻은 포상 역시 정당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교육과 의료만큼은 개인이 금전적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도록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민이 교육과 치료 앞에서 돈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의 부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었다는 서글픈 신호이기 때문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추어져도 모든 이의 출발선을 완벽하게 똑같이 맞출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편차가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되도록 다듬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도덕적 최고 원칙을 찾으려는 철학자들의 치열한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것은 마치 우주의 모든 현상을 단 하나의 명쾌한 이론으로 풀어내려는 물리학자들의 통일장 이론을 향한 열망과도 닮아 보였다. 예외 없는 단일 법칙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비록 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타를 묵묵히 제시해 준다. 돌이켜 보면, 막연히 생각만 해오던 가치들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깊이 사유해 볼 수 있게 하는 훌륭한 계기가 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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