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은 없다
페이지 정보

본문
“ 돌아가는 길은 없다 ”
- 헤르만 헤세 著 「싯다르타」를 읽고 -
지혜는 누구에게서 얻을 수 있지만,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우리는 인생을 하나의 직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상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돌아가는 길은 시간의 낭비이며, 그렇기에 실패는 꼭 피해야 할 사건이라고 여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잘못된 선택 하나가 앞으로의 모든 길을 바꿔버릴 것처럼 두려워한다. 그래서 늘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시행착오를 줄이려 애쓴다.
그러나 책 속의 싯다르타는, 너무 많은 ‘잘못된 길’을 걸었다.
그는 수행자가 되었지만 곧 다시 떠났고, 부처를 만났지만 그의 제자가 되지 않았다. 이후에는 세속으로 들어가 부와 쾌락을 좇았고, 도박과 욕망에 빠져 허무한 삶을 보냈다. 처음에 우리는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진리를 향한 길을 알고 있던 사람이 왜 굳이 그렇게 멀리 돌아가야만 했을까. 나와 같은 독자들은 아마도 ‘그 쓸데없는 시간을 건너뛰었으면 더 빨리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싯다르타의 길은 끝내 불용(不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싯다르타에게 세속의 삶은 실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행의 길만 걸어서는 알 수 없었던 인간의 욕망과 집착, 사랑과 상실을 직접 살아갔기에 결국 마지막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부처의 제자가 되었다면, 훌륭한 수행자는 되었을지라도 인간의 삶 자체를 이해하는 진정한 ‘싯다르타’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종종, 아니 꽤 자주 사람들은 스스로가 지나온 시간을 평가한다. 그러면서 괜히 했던 일, 돌아갔던 길, 실패했던 선택들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이라는 가정은 생각보다 자주 우리를 붙잡는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말이다. 이렇게 몇 번 후회의 덫에 끈적하게 붙잡혔던 경험은, 이후의 사람들이 지나간 일을 다시 계산하며 더 짧은 길을 찾게 만든다.
그럼 이렇게 우리를 붙잡던 시간은, 결국 모두 헛된 것이었을까.
나는 성공했던 일보다 실패했던 일을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과정, 예상과 달랐던 결과, 수없이 수정했던 것들. 그 순간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현실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경험들이 이후의 선택을 자연스럽게 바꾸고 있었다. 실패를 피하는 방법을 배웠다기보다, 실패를 견디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갔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결과만 기억하지만, 사람을 만드는 것은 과정이 더 중요했다.
싯다르타는 강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삶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수행자의 삶도, 상인의 삶도, 절망했던 순간도 모두 지금의 자신을 만든 일부였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하나도 떼어낼 수 없었다. 그때 비로소 나는 책 속에서 자꾸만 반복되던 ‘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강물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굽이치고, 돌아가고, 때로는 잠시 고여있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바다를 향해 흐른다.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강에게는 돌아가는 길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굽이가, 그 모든 지체의 순간들이 온전히 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의 삶은 흐르는 강에 비유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순간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의 실패가 앞으로도 실패로 남을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위한 과정이었는지도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너무 일찍 내 삶을 평가하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책을 중간에서 덮고 결말을 단정하는 것과 비슷한 일인지도 모른다.
싯다르타는,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책도 아니었다. 오히려 실패와 방황마저도 충분히 두려워하고 혼란스러워하되, 종래에는 이 또한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였다. 가장 짧은 길이 반드시 가장 좋은 길은 아닐 수도 있고, 멀리 돌아온 시간 덕분에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실수를 줄이려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말해주려 한다. 이 또한 언젠가는 나를 만드는 하나의 굽이였다고. 강이 자신의 흐름을 후회하지 않듯, 나 역시 지나온 시간을 너무 쉽게 낭비라고 단정하지 않겠노라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