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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문 - 최대의 중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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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창연
댓글 0건 조회 2,738회 작성일 23-10-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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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문 - 최대의 중량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기쁜 순간도, 끔찍한 순간도 삶에서는 빈번히 일어난다.  매번 그런 사건들을 마주하다보면 어느 순간엔가 감각이 무던해지고,  모든 일에 초연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좋게 보면 더 성숙해지고, 노련해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공허함이 피어난다. 모든 일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언제부터인가 설레거나 기대하는 빈도도 어렸을 적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든다. 내 삶의 시기에서 기뻤던 때를 돌이켜본다. 초등학생일 때는 로봇 장난감 하나, 중학생 때는 원하는 농구공 하나, 고등학생 때는 시험 성적, 대학생 때는 원하는 목표했던 공모전 입상.  정말 작은 것에도 기뻐하던 때가 참 그립기도 하다. 그 때만큼 무언가를 갈망하고, 성취하고, 기뻐하는 순간이 최근의 일상에서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식으로 대학생 때는 상상도 못했던 돈을 벌어도 혹은 잃어도 그냥 덤덤한 나를 보며, 더 나이가 들면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하는 생각도 든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럴 것이다. 어쩌면 이는 한 인간이 가지는 한계가 아닐까.


 이런 고민들을 비단 나만이 경험한 것은 아닐 것이다. 반복된 일상에서 권태를 느끼고, 괴로워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짊어진 숙명적인 고민일 것인데 내가 보기엔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런 괴로움들을 해소해나가는 것 같다. 그것이 취미생활일수도, 가족일수도, 친구 혹은 애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본인의 마음 속으로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근본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철학, 신념, 인생관 등으로 대변되는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살면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 결정하고 다짐하는 순간도 있어야 한다. 이 때, 인간의 삶에 대해 일생을 탐구한 철학자 혹은 현인들의 말은 그것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복되는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답을 니체의 저서 즐거운 학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책에서 니체는 영원회귀 사상을 통해 반복된 일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귀띔해준다.


 어느 날 낮, 혹은 어느 날 밤에 악령이 너의 가장 깊은 고독 속으로 살며시 찾아들어 이렇게 말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

 “네가 지금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너는 다시 한번 살아야만 하고, 또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 거기에 새로운 것이란 없으며,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사상과 탄식, 네 삶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네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모든 것이 같은 차례와 순서로 ― 나무들 사이의 이 거미와 달빛, 그리고 이 순간과 바로 나 자신도. 현존재의 영원한 모래시계가 거듭해서 뒤집혀 세워지고 ― 티끌 중의 티끌인 너도 모래시계와 더불어 그렇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는 영원회귀 사상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 들었을때에는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신중하게, 남은 삶을 알차게 보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이”,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한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과 쾌락, 걱정과 염려, 크고 작은 온갖 일이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즐겁고 행복했던 일 뿐만아니라 슬프고 괴로웠던 일조차도 모조리 같은 순서와 맥락으로 되돌아온다. 그러니 아무리 신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선택으로 삶을 채워나간들 결국 질리고 새로울  것이 없어지며, 이내 괴로워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결국 니체가 영원회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생각에 그는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영원이라는 극단적인 개념을 도입한 것이 아닐까싶다. 그의 사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에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자기 자신의 결심이다. 삶에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마치 놀이처럼, 그 안에서 벌이지는 일에 뛰어들어 직접 체험하고 삶이라는 문제풀이를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본다면 무료한 일상도, 고통스럽거나 즐거운 순간도 우리에게는 모두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권태로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평온함을 주고, 간혹 찾아오는 고통스러운 순간은 삶의 활력을 찾게 해준다. 결국 주어진 모든 것을 긍정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단순한 결론에 다다른다.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살면서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니체의 철학을 통해 깊이 생각하며, 그것을 따라가면서 얻은 결론은 같은 말임에도 내게 느껴지는 깊이가 다르다.


“너는 이 삶을 다시 한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다시 살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경우에 최대의 중량으로 그대의 행위 위에 얹힐 것이다! 이 최종적이고 영원한 확인과 봉인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그대 자신과 그대의 삶을 만들어나가야만 하는가?“  


 앞으로의 삶의 향방이 어찌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긴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반복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졸업을 하고, 반도체 기업에 입사하여 반복적인 업무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외의 여가시간도 결국 이 도심 속에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들로 채워질 것이다. 겉보기에는 무료하고 권태로워 보일수도 있겠지만, 그 삶이 영원히  똑같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의 감정을 감히 권태로움으로 채워도 되는 것일까. 한번 뿐인 인생의 순간은 사실 우리가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일지 모른다. 그러니 니체의 아포리즘처럼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을 소중히 여기고 배우면서, 그 자체를 즐거운 학문으로 생각한다면 인생이 더 풍성해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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