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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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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2,548회 작성일 23-10-0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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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통 책을 고르지 못할 때, 종종 나는 연구실 선배님들이나 먼저 졸업한 연구실 구성원들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 찾아보며 눈에 와닿는 제목을 골라 읽은 적이 종종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그렇게 접한 여러 책 중 하나이며, 내가 이 책에 이목이 끌린 이유는 아날로그라는 단어 때문이다. 왜냐하면 최근 취미생활을 알아보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대하게 되면 아날로그를 추구한다는 것이었다. OTT 에 수 많은 영화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이 취미였던 사람은 영화관으로 향하게 되며, 스트리밍이 가능한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던 사람은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과 바이닐을 모은다. 비록 그것이 저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할뿐더러 외부 환경으로부터 음질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간과 사물 사이에 가능한 경험

 

 아날로그의 단점은 분명 무겁고,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아날로그의 대부분은 한정적이고 완전과는 거리가 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 들어진다면 끝이 없고 완전무결에 가까운 디지털로의 전환은 필수 불가결할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느끼고 즐기고 싶다는 것이라면 아날로그의 형태가 알맞을 것이다. 그렇다. 사용하기 불편하고 부피를 차지하는 아날로그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과 달리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코 디지털에 가려져 소멸할 것이 아니다. 디지털은 우리가 아날로그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매개체임과 동시에 그 이상의 것이 아니었으며 우리가 소통하는 것은 아날로그인 것이다.

 

 

유종에 대한 음미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서점 혹은 비디오 대여점을 가면 직원이 고객과의 짧은 대화 후에 그가 좋아할 만한 책 혹은 영화를 추천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곤 했다. 이러한 핸드셀링 문화를 녹여내기 위해 디지털 (OTT, 스트리밍) 은 내가 시청하거나 접한 수 많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내가 보면 좋아할 만한 것을 계속해서 제시한다. 나 역시 이러한 알고리즘에 대해 굉장히 옹호적이었으며 나의 취향과 비슷한 콘텐츠가 제공될 때는 정말이지 과연 나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끝없는 재생은 끝이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러한 의문은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과 같이 느껴졌다. 끊임없이 재생되고 흘러나오는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는 24장 혹은 36장으로 정해진 개수 만큼의 인화된 사진, 그것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마치 끝이 있는 것이 두려워 무한정 재생되는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는 맺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인다. 오히려 맺을 수 있기에 그것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범람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디지털에 제공하는 편리함에 잠식된 우리는 아날로그의 시대로의 회귀는 가능할까? 그것은 흑백논리로 무엇이 좋고 그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릴 수 없을뿐더러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속도와 효율을 기치로 하는 디지털은 앞서 언급하였듯 매게체로써 아날로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디지털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이점과 기하급수적인 기회에 대해 나는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로의 큰 전환이 일어난 속에서 다시금 아날로그를 되돌아보는 것처럼, 하나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또 하나의 작은 흐름을 기회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디지털이 존재할 수 있게 해준 아날로그를 잊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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