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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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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2,691회 작성일 23-11-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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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코끼리』


  "고용허가제"라는 제도가 도입이 되고 코로나19의 완화로 인해 점점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 수의 증가로 인해 득이 되는 것도 있지만 실이 되는 것도 있다. 개인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하여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무슨 이유로 한국에서 일할까? 무슨 일을 할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에 있어서 외국인 노동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일상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김재영의『코끼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한다.


 가구 공단의 후미진 곳에서 폐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일을 하는 아버지 어루준과 집 나간 조선족 어머니를 둔 13살 소년 아카스는 돼지 축사를 개조한 쪽방촌에서 파키스탄 청년 알리, 비재아저씨, 방글라데시 아주머니, 러시아 아가씨 마리나, 미얀마 아저씨들과 함께 생활한다. 비교육적인 공간에서 자라는 아카스는 미국 사람 흉내를 내는 쿤 형을 따라하며 표백제로 세수 하다가 아버지에게 혼이 난다. 피부색에 따라 처우가 다른 한국 사회는 서구 출신들에게 친절하며 영어를 잘하는 지에 따라 학부모에게 간식을 얻어먹을 수 있다. 소설에서 표현한 한국은 피부색이 검거나 가난한 나라 출신, 영어 이외의 언어를 포용하지 않는 반다문화적 정서와 인종 차별적 태도가 가득한 나라이다. 사춘기 소년에 의해 관찰된 마을 주민들은 가난과 불행과 슬픔이 발에 치일 정도로 비극적이며, 한국 사회는 모순과 부조리와 범죄와 불합리로 만연해 있다.


미래슈퍼에는 평소처럼 텔레비전이 크게 틀어져 있다. 며칠째 텔레비전 방송은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뉴스를 되풀이해 들려줬다. 내 고향 특산물 따위를 소개 한 뒤 불법 체류 외국인을 강제 추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내보냈고, 시트콤 을 통해 폭소를 퍼붓고 나서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가 열차에 몸을 던지는 소식을 전했으며, 드라마와 토크쇼까지 끝난 자정 무렵에는 출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붐비는 공항을 보여주었다. 너무 많이 듣다 보니 남의 일처럼 따분 하게 느껴진다.


 외국인의 자살과 추방 소식과 무관하게 드라마와 쇼와 개그 프로가 동시에 방영되는 한국 사회는 기괴스럽고 반인권적이다. 축출에 대한 공포, 폭력성과 쾌락, 유희, 선정성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인간성이 파괴 되는 상황을 무덤덤하게 목도하는 것이다. 아카스는 미국인인 척하는 청년 쿤, 도둑질을 하는 알리와 비재아저씨, 반라의 몸으로 성을 상품화하는 러시아 아가씨, 추방 당한 남편을 기다리는 토야 엄마, 인색한 인도 출신 노동자 노랭이, 가짜 결혼 대가로 돈을 받는 아주머니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환경에서 상처 받으며 조숙하게 성장한다. 이들의 삶 속에서 섹슈얼리티화된 이주 여성과 홀로 입국하는 이주 노동자의 외로움이 드러나며, 피부색, 언어, 빈부의 잣대로 외국인을 일관성 있게 인식하지 않는 편향된 시각이 노출되고 있다. 윤리 문제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의 사고에 대해 의심해보는 데서 시작하는데, 아카스는 사기와 범죄가 난무하는 주거지와 여자아이의 손을 만졌다는 오해로 집단 폭행을 당하는 학교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중적인 위선 과 차별이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를 폭로한다. 네팔 문화를 지향하는 아버지 와 한국인이 되려는 아들은 욕설과 폭력을 당하며 공동체 내에서 배제된다. 이주 노동자끼리 돈을 서로 훔치는 범죄 장면을 지켜보며 아카스는 이 모두가 이주 상황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다. 눈꺼풀 안쪽으로 은색 코끼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구덩이에 발이 빠진 코끼리는 큰 귀를 펄럭이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발버둥 칠수록 뒷다리는 점점 더 깊이 빨려 들어간다. 구덩이는 삽시간에 시커먼 늪으로 변하더니 뭐든 집어삼킬 태세로 거세게 휘돌아간다. 아, ‘외’다. 현기증이 일도록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외......’ 코끼리는 맥없이 빨려들어 간다. 미처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눈을 부릅뜬 채. 눈 앞이 온통 까맣다. 


 힌두교의 성스러운 상징인 코끼리가 늪에 빠져드는 상황이 이주의 삶인 것이다. 가난 때문에 떠나와 몸의 훼손과 정신적 상처를 입은 어루준은 네팔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생활한다. 이 소설은 구름보다 높은 히말라야에서 태어나 후미진 공장 지대까지 이동하여 짐승 냄새를 풍기면서 죽도록 일만 하는 이주 노동자의 비애와 슬픔을 소년의 시선으로 리얼하게 묘사한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이주했지만 학대 당하는 이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아이는 분열되고 몸이 훼손되는 짐승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한국으로 이주한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과 재미한인의 이산 생활을 그린 작품들을 수록 함으로써 다문화주의적 관점 뿐만 아니라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지구촌 사회의 이동성과 다문화성을 재현한다. 인종적·계급적·공간적 타자인 이주자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김재영은 타자적 정체성과 차별적인 이산 생활을 냉철하게 그릴 뿐만 아니라 인종, 계급, 젠더, 탈식민의 관점까지도 묘파하며 한국 안에서의 이주자 뿐만 아니라 재외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바깥에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꼬집는다.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에 빛을 비추며, 인종과 계급, 언어에 의한 차별이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주 노동자들이 단순히 경제적 요소로만 다뤄져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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