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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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도시
작가 이동하
‘장난감’은 우리에게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유년기 시절을 되새기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장난감은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였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살아있지 않은 물건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잊혀지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윤이’가 살고 있는 장난감 도시는 긍정보다는 후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다.
‘장난감 도시’는 3편의 연작소설로 이어진 장편 소설이다. 6.25 전쟁 직후, 가난하고 비참했던 작가의 유년기 경험을 그려낸 작품으로, 전쟁으로 인한 슬픔, 굶주림, 이별로 인한 과거를 ‘장난감 도시’에 비유하여 소설화하였다. 작중에서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의 시선으로 도시의 냉엄함을 보여주었고, 특히,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죽음과 가족의 분열을 경험하며 세상에 환멸을 느낀 주인공이 그곳을 ‘장난감 도시’로 표현한 역설적 의도가 그의 슬픔과 괴리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장난감 도시’의 흥미로운 점은 작가의 독특한 표현방식이었다. 작품 속 화자는 비참했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 이야기 형식이 아니라 짧은 삽화들을 나열하여 그때의 기억을 복원하였다. 해당 삽화에는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는 피난민, 떠돌이, 생계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투명한 물이 아닌 오염된 오렌지빛 물과 밥을 먹는 모습, 먹을 것이 부족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그 모습은 비참하게 살아갔던 작가의 그 시절을 생생하게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해당 소설이 더욱 슬프게 느껴졌던 이유는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들이었다는 점이다. 시골에서 평화롭게 농사 지으며 살아갔던 네 가족은 삼촌의 꾀임으로 도시의 판자촌으로 이사왔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로 생계의 책임감을 느꼈던 아버지는 괴로움에 못이겨 도둑질을 시도하다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어머니는 제대로 먹지 못해 태아와 함께 세상을 떠나버렸다. 유일한 가장이 되버린 누나는 동생을 책임지고자 민며느리 생활을 하였지만, 모든 걸 지켜보던 ‘윤이’는 슬픔을 못이기고 가출을 선택했다. 그러나 홀로 도망쳐나온 도시의 현실은 그를 더욱 참담하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투박하고 서툰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고, 되려 자기들의 잇속 챙기기 바쁜 모습들은 도시의 냉혹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윤이’가 굶주림을 해결하고자 교회를 찾아갔던 장면이다. 그는 성경에서 예수님이 배고픈 사람들에게 행하는 기적을 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하나님도 당하지 못해’라는 말을 읊조리던 구절은 주인공이 현재 겪고 있는 장난감 도시를 가장 잘 와닿게 하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처음에는 힘들었던 과거 대한민국의 슬픔에 공감하였지만, 곱씹을수록 왠지 현재 우리 사회를 반영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윤이’는 투박하지만 평범하게 살아왔던 시골에서 벗어나 도시의 냉혹함에 괴리감을 크게 느끼고 좌절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도시화를 경험했던 우리 세대에게 무관심과 냉정한 도시의 모습은 당연하게 생각되어 왔었다. 이웃이라는 개념도 이미 사라졌고, 타인의 삶에 무관심해지고, 주변인들과는 끝없이 비교하고 자격지심을 가지며 지극히 소외된 인간관계를 살아오고 있는 우리의 삶이 주인공의 ‘장난감 도시’와 무엇이 다르던가.
겉으로는 더 풍족한 모습을 띄고 있지만, 이는 그저 상대적으로 반듯하고 잘 만들어진 장난감 도시일 뿐이다. 작가는 어쩌면 현재 우리의 삶에서 과거의 모습이 연상되어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경고하는 것은 아닐까. 비인간적인 가짜 도시를 인간들이 사는 진짜 도시로 바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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