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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이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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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대현
댓글 0건 조회 2,659회 작성일 23-09-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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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성실한 소시민 송철호는 6.25 전쟁으로 인해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다. 돈이 없어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가기도 하고, 아픈 치아를 치료하는 것조차 사치다. 가난하지만 양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며 하루하루 지낸다. 어머니는 제법 풍족하게 평생을 살아오다, 전쟁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해방촌 낡은 집에 나앉게 되었다. 정신이 온전할 리 없는 어머니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자! 가자!’라며 소리친다. 아내는 임신했지만 수척한 모습인 반면, 딸은 영양실조로 인해 가스가 차 배가 볼록 나왔다.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와중에 사건이 발생한다. 동생이 권총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서에서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송철호는 경찰서로 향한다. 경찰서에서 해방촌으로 향하던 중 임신한 아내가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엔 이미 엄마도, 태아도 사망했다. 송철호는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다. 연신 가자고 소리치는 어머니, 경찰서에 잡힌 동생, 죽은 아내,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딸.

 아내 병원비로 쓰려던 돈을 들고 치과로 향한다. 치료를 미뤄왔던 아픈 이를 4개 몽땅 뽑아버린다. 그 후 송철호가 택시를 타고 책임감을 느끼던 세 곳을 빙빙 돈다. 이미 정신이 혼미하다.


“해방촌으로 가”

… “아니 병원으로 가”

…… “아니야 경찰서로 가”

……… “글쎄, 그냥 가”


한참을 송철호를 태우고 달리던 택시기사는 중얼거린다.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송철호는 흐린 의식 속 생각한다.

‘그래, 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일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6.25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죄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쟁이 가져오는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가난하고, 배고프고, 힘들었다. 아이를 등에 업고 목을 매 자살한 엄마의 모습도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자살이 인생이 목표인 사람도, 은행을 잘 터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6.25 전쟁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짓밟았다. 동생은 살아남기 위해 은행을 털어야 했고, 고향을 잃은 어머니가 미쳐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결국 도둑놈이 되고, 미쳐버린 노인네가 될 뿐이다. 죄가 있다면 그들은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에 이 땅에 살아간다는 죄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은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송철호의 가족을 절망에 빠뜨린 그 전쟁은 순수한 뜻으로 벌어진 전쟁이 아니다. 가진 자들의 욕심의 충돌이었고, 이념을 전파하겠다는, 기득권을 앗아가겠다는 뜻만을 위한 것이었다. 국민의 안정과 행복은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전쟁은 시작되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이 땅의 많은 국민들은 그들의 욕심에 짓눌렸다. 오발탄, 즉 잘못 발사된 총알은 직선으로 날아가기만 해야 한다. 오발탄은 그 방향으로 갈 이유도 없고,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오발탄을 쏜 자는 조물주가 아니다. 자신들의 이념을 전파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오발탄을 쏜 자들이다. 잘못 발사된 오발탄을 탓하지 말자. 그저 밀려나간 총알일 뿐이다.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 것은 그 총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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