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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야 할 때 - 이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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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댓글 0건 조회 2,632회 작성일 23-10-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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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야 할 때

이영표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생 때는 말을 통해서 무리에서 돋보이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많은 말을 하고 있어 보이는 문장을 구사했다. 하지만 나는 말을 많이 사용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때 내가 배운 것은, 사람들은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은 필요한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나도 말을 점점 아끼기 시작했다. 특히나 공적인 장소에서는 더더욱 말을 조심하고자 했다. 혹여나 말실수를 통해 나의 품격이 낮아지지 않도록.


  사람들은 밖에서는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살지만, 집에서만큼은 긴장이 풀어지고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내가 내 본 모습을 아내에게 드러내면서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아내와 붙어있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많아지는 말 속에 말실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말실수들은 오해와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신혼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깨달은 것은 말은 “해야 할 말 하는 것”보다 “하면 안 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 표정과 몸짓, 글과 영상 등 다양한 의사표현 수단이 존재하지만, 인류는 태초부터 말을 가장 주된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말은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도구이다. 사람이 말을 통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말에 청자를 향한 화자의 선한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이 말을 통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유는 그 말속에 화자의 악한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행동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생각에는 언제나 선한 것만 담겨있을 수는 없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악한 존재이고, 그 생각에는 반드시 악이 담겨 있다. 한 사람의 불만, 상처, 교만, 욕심, 분노의 생각이 말에 담기게 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상처받는다. 그리고 청자는 화자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악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 말실수하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잘 숨겨왔던 자신만의 악이 들어난 순간, 사람은 수치심으로 고개를 떨구게 된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히딩크 감독과 국가대표와 에인트호번 클럽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 면서 그의 지도력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히딩크 감독을 3년 정도 봐오던 때 이영표 해설위원은 히딩크 감독이 ‘해야 할 말을 하는 능력’보다 ‘해서는 안 될 말을 절제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뛰어난 지도자는 좋은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을 가진 사람이지만, 동시에 나쁜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부정성 편향(negative bias)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는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보다 보편적으로 더 큰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우리는 칭찬의 말 한마디보다 비판의 말 한마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물론 부정적인 것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극단적인 상황으로부터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어왔다. 하지만 일상에서 부정성 편향은 사람의 자존감을 낮추고 세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 화자의 악한 감정이 녹아들어 간다면 청자는 더 깊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집필하고 두 달 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해설을 맡았다. 한국과 베트남의 매치에서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기전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도 한국의 승리를 원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화가 난 박항서 감독에게 혼나고 언론에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지 말라는 책을 쓴 사람도 공개석상에서 말실수하는 것을 보면, 말을 아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고 성품이 안존한 자는 명철하니라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기우고 그 입술을 닫히면 슬기로운 자로 여기우느니라

- 잠언 17장 27-28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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