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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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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승현
댓글 0건 조회 3,357회 작성일 23-10-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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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사토 겐타로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페니실린’일 정도로 약은 인간을 질병의 위기에서 구원해준 소중한 자원이다. 통계학자에 의하면,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인의 평균 수명은 24세에 불과했고, 14세기 중세시대 때 페스트 범유행으로 인해 세계 인구가 대략 1억 명이나 감소할 정도로 의약의 발견 이전까지의 인류는 나약한 존재로 머물렀었다. 허나, 우연히 발견된 페니실린을 시작으로 인류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였고, 매독, 말라리아, 사스 등 위협적인 질병들이 창궐할 때마다 치료법을 찾아내며 인류를 구해낼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렇듯 ‘세계사’를 뒤흔들만큼 혁신적이었던 의약품 10가지에 관한 탄생 배경과 내포하고 있는 과학적 의미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였고,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의료 서비스가 과거에는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닫게 하면서 현재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 나열식이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함께 언급하며 의약품이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나열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스토리는 ‘비타민 C’의 탄생 배경이다. 15세기 당시는 대항해 시대로, 세계적인 규모의 문화 교류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서방의 문물이 아시아로 확산되었는데, 특이하게도 문화를 전파하러 떠났던 뱃사람들만 걸리는 희한한 질병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괴혈병’이다.

 

괴혈병에 걸린 사람들은 상처가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피부의 생기를 잃고 입에서는 쉴 새 없이 피를 흘리며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원인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게을러서 생기는 병이라는 믿음에 병자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고 전염 위험성에 배척하는 등 매우 부적절한 치료법들을 시도하였다. 이에, 영국의 군의관 제임스 린드는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해 환자들에게 각각 다른 음식들을 먹이고 나머지 환경은 동일시하면서 원초적인 방법으로 통제실험을 시행했었고, 결국 감귤류가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면서 비타민 C가 보고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비타민 C가 자연에서 흔히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 중 하나로, 어떻게 의약품이 될 수 있냐고 의문을 품을 순 있지만, 질병을 예방하고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던 사실을 떠올린다면 엄연히 의약품으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는 바로 ‘모르핀’의 시초이다. 최초의 항생제라 불리는 페니실린이 1928년에 개발되었다면, 진통제의 시초로 불리는 모르핀은 신석기 시대 때부터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양귀비를 재배했던 흔적들이 남아있을 정도로 꽤나 보편적으로 모르핀이 진통제로서 인류를 고통으로부터 구원하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르핀은 사람들에게 의약품 보다는 마약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모르핀이 인간의 뇌에서 마치 엔도르핀 호르몬과 같은 환각 작용을 줌으로써 신체적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는 뇌의 자연적 매커니즘을 붕괴하기에 잦은 복용은 기존의 엔도르핀 작용을 붕괴시키면서 결국 모르핀에 의존적으로 중독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 약물로 분류되어 특정 상황에만 선별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아편전쟁 때와 같이 의약품이 인간본성의 이기심에 악용되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에 속한다.

 

최근 들어,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제작한 비만 치료제(위고비)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약물은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인슐린을 주입하여 신체 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효능을 주는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의도와는 달리 미국의 할리우드 연예계 사이에서 비만 치료제로 주목을 받으며 일반 시민들까지도 기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제약회사는 3년 새 주가가 급등하며 유럽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는 수익성을 보였고, 흥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은 위고비가 유일한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번 품절대란을 겪으며 사재기가 성행하고, 월 180 만원의 비싼 가격 탓에 타 제약회사에서 성분만 비슷한 약품들, 일명 카피약을 무분별하게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약물들은 의료적 검증을 거치지도 않은 채 인터넷, 암거래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기에 부작용에 관한 임상 데이터나 어떠한 의료적 책임도 질 수 없다는 심각한 문제성을 띄고 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한 판매자의 이기심과 노력 없이 다이어트라는 성과를 얻고자 하는 욕심이 합쳐진 산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처럼, 의약품은 질병의 위기로부터 인간들을 구원하고 장수할 수 있게 막대한 공을 세운 은인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약, 카피약과 같이 인간들의 본성을 자극해 극도의 상황으로 내던질 수 있는 이면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도 온갖 불치병들을 극복하기 위해 더 나은 약을 연구하고 있는만큼 인류의 역사를 다시 한번 뒤바꾸는 흐름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약에 새겨진 인류의 역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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