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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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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준홍
댓글 0건 조회 2,687회 작성일 23-11-0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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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감탄하거나, 약자라고 평가되는 선수가 강자를 이기는 이변에 희열을 느끼거나,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에 오르는 선수를 보며 감동하고는 한다. 나 역시 그런 이유들 때문에 스포츠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특히 농구와 축구를 좋아했는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따라하며, 골을 넣으면 그 선수들의 세레머니를 따라하는 것이 나의 취미였다. 그 당시 내 눈에는 승자만이 빛났고,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영웅들과 같이 나이가 들었다. 그 선수들은 노장이 되어 기량이 하략했고, 더 이상 세계 최고의 선수가 아니었다. 승리보다 패배하는 경기가 많아졌으며, 우승 트로피는 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의 것이 되었다. 스포츠를 보는 목적이 달라진 것은 이때부터였던거 같다. 선수의 플레이보다는 서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선수는 절대 못 이길 상대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지난 달 폐막했던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중학생 때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가 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던 그녀였지만,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첫 경기에 패배해 예선 탈락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상대는 우승후보였던 중국의 천위페이 선수였고, 무기력하게 패배하였다. 그 날 이후로 3년 동안 매일 고된 훈련을 견디며 성장했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만난 천위페이에게 또 한 번 패배를 당했다. 경기 막판 발목 부상을 당했음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상대전적 5전 전패. 나는 정말 이 선수를 이길 수 없나? 하는 의문이 선수 본인이 들었을 정도로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상대였다. 그녀에게 천적이 생겼다.




"다 괜찮아요. 다 괜찮은데 제 실력이 좀 아픈거 같네요."


   3년 간의 노력이 있었지만 무릎 부상을 안고 뛴 경기. 게다가 경기 중 발목이 접질리기까지.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투혼으로 뛰었지만 올림픽과 천위페이의 벽은 높았다. 그녀는 경기가 끝난 후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역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의 발목과 무릎 상태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무릎은 아프지 않은데, 본인의 실력이 아프다는 말로 자책했다. 20살, 어린 유망주에게 5연패는 마음이 꺾일 만했지만 그녀는 꺾이지 않았다. 아니 꺾여도 다시 일어났다. 이후로 2번을 더 패배했지만, 더욱 더 노력했다. 상대를 분석하고, 단점을 보강하고, 플레이 스타일을 수정했다. 




"이제 한 번도 못 이긴 선수는 없다."


   그리고 2022년 7월, BWF 배드민턴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결승에서 8번째로 천위페이를 상대했다. 말그대로 7전 8기. 8번째 승부에서 결국 첫 승리를 가져갔다. 이 승리를 기점으로 기량의 고원에서 벗어난 거처럼 그녀는 승승장구했다. 2023년 3월 전영오픈에서 또 한번 천위페이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고,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그리고 10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 게임 여자 단식 결승전, 천위페이와 또 한번 결승에서 만났다. 1세트 후반, 수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한 여파로 다소 흔들렸지만 1세트를 가져갔다. 이어지는 2세트, 움직임이 둔해진 안세영은 아쉽게 2세트를 내주고 만다. 또 다시 중요한 순간에 천적 천위페이에게 막힐 수도 있는 상황. 심지어 무릎 부상으로 인해 기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3세트, 더욱 압도적인 기량으로 21 대 8, 압승을 거둔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쓰러질 법 하지만 그녀는 결국 모두 극복했고, 이제 모든 선수에게 그녀가 천적이 되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작년 가을, LoL 프로게이머 김혁규 선수를 통해 유행이 된 말이다. 그 역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큰 무대인 LoL 월드챔피언쉽에서는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노장이 된 그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에서 가장 아래서부터 올라와 우승후보를 연달아 꺾고 기적과도 같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그는 그가 뱉었던 말을 완성시켰다.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질 때가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사람이기에 마음이 수도 없이 꺾이고 만다. 그렇기에 꺾이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다시 일어나는 마음이다. 7번을 져도, 4년이 걸리더라도, 부상을 당해도 다시 일어나는 안세영 선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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