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사회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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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을 읽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근 뉴스를 보면 세상이 무서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하고 분노에 찬 젊은이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타인의 생계와 목숨을 위협하여 그들의 불만을 표출하려 하는 것 같아 사회가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에게 지나치게 무례한 학생들, 자녀의 담임을 존중하지 않는 젊은 학부모들, 번화가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에게 칼을 휘두르고, SNS에 살인예고 글을 올려서 구속되는 사람들. 또 그 방송을 보고 모방하는 사람들. 마약거래가 엄연히 불법인 나라에서 적발되는 마약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원래 계속 있어왔는데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제서 조명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근래 들어 새로 생겨난 현상인지 헷갈린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동안 고도화된 경제 성장을 일궈낸 나라로 평가받는다. 그에 반해 국민 의식도 동반하여 함께 성숙해졌는가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50-60년대생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어린 시절에는 신호등조차도 없고 버스에서도 담배를 태워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그 시절들에 비해서 요즘은 세상이 참 살기 좋아졌다고들 하신다.
짧고 화려한 영상미디어에 익숙한 어린 세대들은 종이에 프린트된 글자를 보면 그것이 너무 정적인 나머지 집중을 하지 못하고 쉽게 주의력을 잃는다고 한다. 요즘 어린 애기에게 책을 손에 쥐여주면 우선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고 글자들이 반응이 없음이 확인되면 종이를 찢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고 들었는데 이는 나에게 매우 충격적으로 들렸다. 사실 내용이 더 강렬하고 자극적이지 못하면 아기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찾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매체들은 시장에서 결국 소비자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도태된다. 하지만 그 방법과 정도가 현대사회에서 간혹 윤리적인 기준을 넘는 경우가 만연해졌고, 그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정신이 오늘날과 같이 우울해진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술의 발달을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술은 인간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고, 기술과 산업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삶은 외형적으로 더욱 편리해졌지만, 안락한 삶에 도취된 인간은 눈앞에 어떤 문제가 나타났을 때 이성적 고뇌로 치열하게 싸워 극복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도구를 사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자아성찰과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우울하다는 변명으로 타인의 고통과 불편에 대해서 얼마든지 무감각해지는 것도 가능하며, 그저 나의 기분이 우울하기 때문에 남의 고통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툭 던짐으로써 간편하게 면죄부를 행사할 수 있고, 이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 단계에서는 사회적 인습 전반에 무기력해져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결국 이 세상에서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나면, 인간의 영혼엔 오직 분노만이 남게 된다고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그냥 외로워서 화가 나고, 피곤해서 화가 나고, 남들이 행복해서 화가 나고, 마침내 화만 나는 내가 싫어서 미칠 듯이 화가 나는데, 이 분노를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세상 사람들 모두 희생시켜도 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에 결국 봉착하게 된다고 말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쇼펜하우어는 18-19세기에 살았던 독일 철학자이다. 그는 칸트, 데카르트, 루소, 니체와 같은 수많은 후대 철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동시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니체보다 차갑고 강경한 면이 있어 부드럽게 읽혀지지 않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깊은 감명을 느낄 때가 많다. 건강하고 단단한 철학을 지닌 사람과 대화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준다. 홀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 기술 발전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기술의 내용이 고도화 될 수록 우리는 그에 걸맞는 올바른 윤리의식과 철학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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