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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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과학자.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어렸을 적 꿈을 얘기하면 1순위로 나오는 직업이 과학자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모호하고 광범위한 표현이다. 어린 아이의 순수함으로부터 나온 답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편이기도 하다. 신기한 실험들과 체험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 아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최적화 되어있었고, 특히 우주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나 역시 우주에 호기심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 나의 관심은 블랙홀과 시간 여행이었다. 안타깝게도 물리를 배우면서 블랙홀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나에게 천문학이라는 낭만적인 학문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전기전자를 전공하며 거대한 우주 대신 아주 작은 전자들의 움직임을 배웠다. 전기전자를 전공한다고 하면 대부분 듣는 말은 '취업 걱정은 없겠네.'이다. 적어도 '그거 배워서 뭐해?'처럼 미래 직업에 대해 공격적인 질문은 받지 않는다. 천문학은 이와 반대다. 반도체 기업의 대외활동 중에 만난 친구 중에 천문우주학과를 전공 중인 친구가 있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인사를 나누며 사람들은 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천문우주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는지, 왜 천문우주학과를 선택했는지, 졸업하고 뭐 할 건지 등을 물어보았다. 그를 제외한 모든 이과생은 전기전자를 전공하였기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이라는 분야가 너무나 멀어보였기에 그랬던 듯 하다. 그는 그런 질문에 익숙하다는듯 대답을 이어나갔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눈이 별처럼 빛났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이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이 책은 천문학자 심채경의 에세이로, 천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천문학을 사랑하던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를 처음 봤던 시기는 내가 전기전자를 선택한 것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한 시기였다. 대외활동 수료식 대신 별을 보러 몽골 여행을 갔던 그는 내가 본 대학생 중 가장 자기 전공을 사랑했던 학생이었다. 저정도의 애정없이 전공을 선택한 내 자신이 미련해보였다. 다행히도 전기전자, 그리고 반도체 소자를 공부하면 할수록 나의 전공에 대한 애정이 커져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 친구 역시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천문학을 전공했었는데, 문득 별처럼 빛나던 그의 열정이 아직까지 유효한지 궁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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